이광재 부원장은 향후 한국정치의 활로를 ‘연정의 실현’에서 찾는다. 좌우, 진보와 보수의 통합을 지향하는 바, 그것이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그는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급등에도 주목했다. 20%를 넘으면 경선구도에 역동적 변화가 올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안희정 대연정 제안은 결단 민주당 다이내믹 경선 불붙었다"
이 부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포진한 싱크탱크 ‘여시재’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한국의 브루킹스연구소를 기치로 내건 여시재의 비전은 ‘통일한국 시대의 미래 비전’ 찾기다. 광폭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여시재의 인적구성으로 볼 때 안 지사의 중도 우클릭 행보를 이 부원장 또는 여시재가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나돌았다. 이 부원장은 인터뷰에서 “여의도 선거캠프와는 일절 인연을 끊고 산다”면서 “내게는 통일시대 한반도인으로 사는 것, 신문명을 만든 아시아인으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인생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담을 쌓았다는 그의 발언에도 차차기 대선에서 이 전 부원장이 큰 꿈을 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큰 판을 짜고 기획하는 능력에서 이광재는 여전히 탁월하다. 안희정-이광재의 경쟁은 아직 끝난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안희정은 안정감, 저력이 있는 후보
이 부원장은 “연설문을 스스로 쓰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하며, 나와 안 지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훈련을 쌓았다”고 말했다. ‘문(文)보다 안(安)과 더 가깝다’는 항간의 설을 에둘러 확인해주는 발언으로 들어도 될까? 몇 번을 채근해 보았지만 그는 그냥 웃기만 했다. 인터뷰는 2월 14일 ‘중앙일 보’ 본사 인터뷰룸에서 두 시간여에 걸쳐 이뤄졌다.
- 평생의 친구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결국 경선이 문재인·안희정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 “그렇진 않다. 안정감이 있고, 저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충분 히 그럴 만하다고 본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문재인·이 재명 두 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 “민주당 전체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중간층과 충청지역당의 지지세가 확장됐다.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선 소위 친노 패권 프레임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3자간 경쟁구도가 형성돼 이 재명 성남시장이 진보적인 색깔을 분명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경선이 경선답게 되어가는 것이다.”
-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발언으로 큰 논란이 벌어졌는데, 안 지사 가 말하는 대연정의 정확한 의미는 뭔가?
- 안 지사의 정확한 의중은 잘 모르겠다. 연정의 ‘대상’을 둘 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일단 뒤로 하고, 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오랜 지론이다. 연정이 정치의 존재이유라고 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혁신이 여야의 협 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체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중간층과 충청지역당의 지지세가 확장됐다.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선 소위 친노 패권 프레임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3자간 경쟁구도가 형성돼 이재명 성남시장이 진보적인 색깔을 분명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경선이 경선답게 되어가는 것이다.”
- 혁신을 위한 연정, 대연정을 개혁의 후퇴로 보는 시각과는 완전 히 다른 입장인데.
-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면서 후지·코닥필름이 사라졌다. 전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경제구도 전체를 뒤바꿀 산업혁명 이 시작되고 있다. 혁신의 법안을 만들어내려면 결국 여야협 치가 필요하다. 주변국을 돌아보면 정치지도자가 모두 스트 롱맨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아베 총 리 같은 강자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여야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로는 ‘정치적 IMF 사태’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정치대란이다. 극복하려면 연정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도 차기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여소 야대에 직면한다. 연정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다.”
- 탄핵이 인용되면 완충의 시기 없이 바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다. 이것도 위기 요인 아닌가?
- “인수위를 통한 연습의 기회가 전혀 없이 바로 정책을 집행 해야 한다. 바로 총리·장관 임명하고 4대 주변 강국에 특사 를 파견해야 한다. 일종의 비상상황이다. 이런 현실이 또한 연 정을 정당화한다. 정치적 이상으로 봐도 그렇다. 결국 정치 라는 게 국민에게 꿈을 파는 것 아닌가? 우리 정치에 연정의 DNA를 심어야 한다. 고대 로마족은 이웃 사비니 부족과 두 번이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나서도 화해의 결단을 내린 적 이 있다. 로마가 두 부족의 통합을 제안했고, 사비니 족에 왕 의 자리를 양보했다.
이때 탄생한 게 누마 왕이다. 위대한 로 마의 전통은 사비니 족과 통합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사 가들이 있다. 미국도 그런 사례가 있다. 귀족적 연방주의자였 던 알렉산더 해밀턴과 농촌 기반의 반 연방주의자 토머스 제 퍼슨이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1790년 독립전쟁의 채무를 갚기 위해 대타협했다. 두 사람의 대립과 타협은 미국 정당정치 의 위대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단축도 고려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 연정을 제안했던 것이 떠오른다. 정치적 노림수를 의심한 당시 야당이 받지 않았다. 연정 제안과 실패는 굉장히 큰 정치적 상처로 남았다. 당시 상황을 어떻게 보았나?
- “처음 당선자 시절 고건 씨를 초대 총리로 임명하겠다고 한 것도 야당 협조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참여정부와는 색 깔이 다른 인물 아니었나? 당시 노무현 당선자는 이회창 후 보를 만나고 싶어 했다. 대선 당시의 갈등을 털려고 했는데 이 후보는 안 만나주고 대선 재검표에 들어갔다. 냉랭한 관 계로 대화가 안 풀렸다. 야당은 대북송금특검 안 하면 고건 총리 인준 안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출범시켜야 하고…. 서 리 체제로 막 나갈 수는 없었다. 남북대화 의지가 없다는 비 판도 받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북송금특검 요구를 받아야 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권력의 일부를 내놓기로 결심했다.
나와 안희정 등 측근 몇 사람을 불렀다. 연정 제의를 하겠다 고 해서 모두 반대했다. 일주일 후 다시 부르더니 울리히 벡 의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란 책을 나눠 줬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협조 없으면 정국운영 안 돼. 그러지 말고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 자리 주자. 상임위원장과 장관도 주자. 100% 를 다 가질 수 없다’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100% 바꿀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없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었다.”
- 노 대통령은 야당에 총리를 내줄 뿐만 아니고 임기까지도 단축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임기 단축까지 생각한 것을 보면 그 의 연정론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 “선거가 너무 잦았다. 보궐선거 한 번씩 해도 결과에 따라 정 치가 휘청휘청했다. 차라리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고 총선과 대선을 일치시켜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한 것이 다. 임기를 2년이나 줄이자는 결심을 했지만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결국 좌절됐다. 미래는 통합한 나라에만 있다. 링 컨 대통령의 말이 인상 깊다. ‘갈라진 땅 위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연정의 대상과 관련해서 대연정이냐 소연정이냐 논란이 있다. 더민주가 자유한국당과 연정하자는 것은 개혁의 후퇴를 의미하 는 것 아닌가?
- “김부겸 의원, 박원순 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이 공동정부론 을 주장하고 있다. 연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논의다. 심판받 아야 될 대상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은 엄중하다. 미래를 위 해 전향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대선 후보끼리 비슷한 공약은 선거 전에 공동선언을 하거나 법안 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손해는 안 본다. 대 통령선거 끝나고 또 마음이 바뀌면 곤란하잖은가? 평창올림 픽 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키자. 대선이 끝나고 낙선한 분들을 4대 강국의 특사로 보내고, 내 각 구성할 때도 상대당의 능력자를 총리나 장관으로 영입하 면 얼마나 좋겠나.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인데.”
한가한 법률만 다루고 있는 국회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다면 대연정도 환영받았을 가능 성이 큰데,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 국정농단 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아닌가?
- “그런 우려는 충분히 알고 있다. 작은 법안 하나, 정책 하나에 힘을 합쳐 실적을 쌓아가다 보면 합리적으로 설득할 여지가 생긴다고 본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깔은 각각 그 자체로 존 재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같이 만들어낸다. 진정한 유대의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한 사람, 어느 한 세력에게만 의존 해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되지 않았나? 김 영삼·김대중·김종필 같은 정치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 현행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모든 권력을 정치적 반대세력 에 자진해서 안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거 같다.
- “지금 국민은 대한민국을 리셋 해달라는 거 아닌가? 리셋하 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여야가 국회에서 적어도 과반수를 넘 겨야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선진화법 때 문에 특정 정당이 반대하면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 김성 식 국민의당 의원이 ‘지금 국회에서의 입법활동은 국가의 리 셋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가한 법률만 다루고 있다’고 하더 라.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치열한 토론과 과감한 양보가 불 가피한데 그런 법률은 통과가 안 된다는 것이다.”
- 안희정 지사처럼 통 크게 대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인은 몇 안될 것이다. 인물에 의존하기보다 연정이 가능한 제도를 만드 는 게 중요한 일 아닐까?
- “지도자들이 ‘통합을 해야 살 수 있다’는 비상한 결단을 하 는 게 우선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원정을 떠날 때 가지고 있 던 황금을 부하들에게 다 나누어줬다고 한다. 그는 전쟁이 끝 나면 더 많은 황금을 얻을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실 제로도 그는 출발할 때 갖고 있던 황금의 100배에 달하는 황 금을 얻곤 했다. 지금 갖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나라를 크게 키우겠다는 꿈이 있다면 권력 나누는 걸 왜 두려워하겠나? 1000억원짜리 회사의 주식을 100% 갖기보다 1조원짜리로 회사를 키우고 10%의 주식을 갖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그러 한 담대함과 신뢰가 있을 때 제도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 탄핵심판 이후 정치세력 간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도 있지 않나?
- “촛불·태극기 집회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양 자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 간극을 안 메우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나? 정권을 얻 으면 100%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게 문제다. 투표율 70%에 51% 득표로 당선한다 쳐도 실은 35%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것이다. 35%의 지지율을 가지고 100%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제는 모자이크 권력의 시대가 왔 다. 레고처럼 만나서 서로 집을 지어가는 시스템 말이다.”
- 마침 안희정 지사가 대연정 이야기를 한 것이 한편에선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 “안 지사가 20% 지지율을 넘어서게 되면 큰일을 낼지도 모른다.”
- 협치를 넘어 대연정이란 카드를 딱 내놓으니까 스케일이 자못 호방하게 보인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와 오랜 친구이며 연정에 대한 상도 일치한다. 대의의 측면에서 안 지사를 힘껏 지원할 의사는 없나?
- “더민주의 세 후보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질과 능력 측면 에서 빠지지 않는다. 멋진 경선이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든 다. 연정 이야기는 진짜 오래 논의한 테마다. 김부겸·안희정· 남경필·원희룡 등과 함께 15년 넘게 토론했다. 지금은 순항 의 시기가 아니므로 배 안에 탄 사람 전부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연설문 직접 쓰는 것이 비전이다
- 이 전 지사라면 당연히 안 지사를 지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 치적으로도 맞고, 인간적으로도 맞는 선택 아닌가? 2015년 말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연설문 직접 쓰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연설문을 직접 쓰나?
- “연설문을 자기 스스로 쓰는 사람이 지도자라는 생각은 확 고하다. 연설문 쓰는 능력 안에 그 사람의 비전과 철학이 들 어 있는 것이다. 머리를 빌리고 사람을 잘 골라 쓰는 것은 누 구나 할 수 있다. 큰 비전을 스스로 정립하는 건 전혀 다른 차 원의 일이다. 나폴레옹이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란 말을 했다. 상인은 자기 물건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신제품을 스스로 갖고 나와 대중 에게 설명하지 않았나?
- 정치인으로 치면 연설문을 직접 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내게 선거 자문을 구하러 오는 정치신인 이 많은데, 그 사람들에게도 나는 자신의 비전을 써서 가져오 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다… 왜… 어떻게. 이런 내용 으로. 추상에서 헤매지 말고 딱 세 줄씩 써 오라고 한다. 선거 에 당선된 사람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못한다. 결국 자기의 꿈과 혁신적 가치, 그 몇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거다. 미셸 푸 코는 ‘담론이 권력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꿈과 정책의 비전 을 담는 게 연설문인데 담론을 생산하는 능력이 바로 연설문 쓰는 능력과 상통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중 명연설문 남긴 사람들이 많다. 그런 지도자는 대통령직도 훌륭하게 수행했 다. 그래서 연설문 쓰는 능력을 저는 굉장히 강조한다.
- 그러니까 더욱 궁금해지는데, 안희정 지사는 연설문을 직접 쓰나?
- “일찍부터 훈련됐다. 안 지사와 저는 오래전부터 연설문을 직접 썼다.”
- 더민주 경선 결과를 예측한다면? 후발 주자들이 역전할 수 있을까?
- “경선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는데,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어있는지 어찌 알겠나?”
- 1년 전에도 그런 발언을 했다.
- “문재인·이재명·안희정 세 분 모두 특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 각한다. 경선이 굉장히 다이내믹해지지 않을까? 안 지사 같 은 경우에는 결국 20%가 맥시멈 포인트가 될 거 같다. 현재 야권 지지를 다 합쳐도 60%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정권교 체 열망은 한 80% 정도 되더라도 결국은 55∼60%의 표를 세 분이 나누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안 지사가 20%를 넘어서면 그건 의미 있는 수치가 된다. 보통 역동성과 활성화 지수라고 하는데, 경선 레이스에 변화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그런데 이재명 시장도 현장능력이 굉장히 강한 분이어서 상 당히 멋진 경선이 되리라 생각한다.”
- 다이내믹 경선이 되리라 전망하는 근거는?
- “정책과 이념적 스펙트럼, 지역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번 경선 은 유례가 없이 역동적이다. 부산경남·충청·경북 등의 후보 가 경쟁하는 구도다. 전국정당 경선에는 역동성이 큰 활성화 에너지가 꼭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런 구도다. 민주당 경선 중에서는 아마 최초의 일일 것이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 지지 자 간 설전이 너무 거칠다.
조조의 아들이 조비와 조식 둘인 데 결국 당하게 되는 조식이 조비에게 ‘콩깍지를 태워 콩을 볶는구나. 솥 속의 콩은 울고 있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 거늘 어찌 이리도 급히 볶아대는가’ 이런 말을 했다는 고사 가 있다. 후보자 간 격한 반응보다 서로 격려해주는 게 좋겠다. 선거가 끝났을 때 후유증도 줄이고 더 아름다운 경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헌재 앞에서 시위 도 바로 근처에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판결을 진지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려운 국면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국민이 열망하고 있는데, 태풍 이 불어 배가 뒤집히는 일은 막아야 한다. 태풍은 바다를 청 소하는 일만 해야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 지난해 1월 월간중앙 주최 제주도 토론회에서 김부겸·남경필·원 희룡·안희정 네 분이 모여 협치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벌였다. 그 때 안 지사는 연정에 대해서 그렇게 썩 정리된 생각이 없었다. 대연정은 오히려 원희룡 지사가 진지하게 개진했던 기억이 난 다. 그래서 최근 안 지사가 ‘대연정’이란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한 것을 보며, 이것은 분명 이광재 전 지사와 깊은 토론을 한 결 과 아닌가 생각했다. 맞는 추론 아닌가?
- “저와 김부겸·남경필·원희룡·안희정 등 네 분은 꽤 오래전부 터 협치와 연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도 같이 다니면 서 권력 독식 구조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걸 극복해야 한 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개혁 은 여야 협치 없이 도저히 이뤄낼 수 없다. 안 지사가 대연정 을 과감히 치고 나온 것은 현재 국가가 처한 상황을 굉장한 위기로 인식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남경필과 원희룡 지 사, 김부겸 의원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을 것 이다.”
- 만일 안희정 지사가 집권한다면 남경필·원희룡 이런 분들이 안 희정 정부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을까?
- “모이면, 장난처럼 이야기한다. 우리가 같이 잘해나가야 한 다고. 저희에겐 세대의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사실 석회석과 대리석 성분은 같다. 압축과 고열의 과정을 어떻게 거쳐 가느 냐에 따라 대리석처럼 단단해지기도 하고 석회석처럼 물러 지기도 한다. 68학생운동세력이 그랬다. 68학생운동세력이 빌 클린턴부터 토니 블레어까지 미국과 유럽의 한 세대를 휩 쓴 적이 있다.
김부겸·유승민·남경필·안희정·원희룡 등 동시 대의 정치 리더는 ‘시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누가 집권 하더라도 좋은 기운이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4 차 산업혁명은 원하지 않아도 찾아온다고 한다. 잘못하 면 보통사람들의 일자리를 굉장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진 행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지식 중심의 산업 혁명이라 대중은 소외되는 것 아닌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거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또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4차 산업혁명을 추상적으로 보지 말자. 그 시대가 도래했 을 때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 그것 없이는 못 사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만들어내면 사는 것이고, 못 만들어내면 도태 하는 것이다. 냉장고·세탁기·발전소·인터넷·컴퓨터·핸드폰 다 미국이 만들었다. 우리 독창적으로 만든 게 없다. 없이는 못 사는 ‘그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 반도체 없이는 못 살지 않나? 디지털 4차 산업혁명에 반도체와 같은 걸 몇 개를 만 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먼저 교육혁명을 해야 한다.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느냐 못 키우느냐, 여기서 결판이 난다.
디지털 문명은 인터넷·인공지능·로봇의 진화로 근육 을 대체하고 뇌의 기능까지 지원한다. 결국 교육혁명을 통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탄생시키는 창의적 인간이 중요해진 다. 우리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인데, 인적자원이 최고인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 하나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저는 이 같은 문명사의 새 단계를 낙관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교육 혁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7∼10년 국가의 명운을 걸 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서 우리가 미국을 앞서면 우리가 세 계 4차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정은 인물보다 시스템이다
-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구상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 “스마트 홈은 스마트 시티와 결합된다. 미래의 핵심 산업이 다. 스마트시티 안에 인류 새 문명의 모든 게 다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직장과 주거가 일치되 는 사회가 온다. 보통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은행들은 거의 없어진다. 학교와 병원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백화점도 문 을 닫을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서서히 등장하고 있고 이 기 술 발전의 속도가 혁명적이다. 머지않은 시대에 거대한 혁명 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생각하면 누가 집권하 더라도 공존하는 DNA를 심지 않을 수 없다. 무한정쟁의 시 대를 마감하고 국가혁신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연정을 이 뤄야 한다. 정치공학이 아니다. 그래서 연정은 인물보다 시스 템을 강조한다. 제가 늘 하고 싶은 것은 남북화해 통일시대의 한반도 주민, 신문명을 만드는 아시아인으로 사는 것이다.”
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사진 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