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공조를 의식한 것은 물론 북한이 12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며 도발한 것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행위 등이 회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회담 초반 두 장관은 서로를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불렀고, 윤 장관이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란 사자성어도 인용하자 왕 부장은 “아주 좋다(好好)”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동주공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페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인용했던 표현이다.
뮌헨 한·중 외교장관회담서 신경전
중국 대북제재에 초반 화기애애
사드 놓고선 왕이 “배치 서둘지 말라”
윤 장관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조치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더해 “12일 IRBM 도발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협인지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됐고 그런 측면에서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확인해준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왕 부장은 지난해 7월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의도적으로 윤 장관에게 외교적 결례를 범해왔다. 지난해 7월 라오스 비엔티안 회담 때 윤 장관의 모두 발언 중 턱을 괴고 고개를 흔드는 등 대놓고 결례를 범했지만 이날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회담장을 뮌헨 안보회의장이 아닌 왕 부장의 숙소로 정하고, 호스트인데도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기는 했지만 표 나는 결례는 없었다. 당초 이번 만남을 먼저 원한 쪽도 중국이었다고 한다.
뮌헨=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