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유 부총리는 시간선택제를 통한 공무원의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연구개발 특구 육성,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산 등 몇 가지 과제도 미리 얘기했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은 좋지 않았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0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6만 명 줄었다. 실업자 수도 8개월 만에 다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주요 부처 아이디어 모은 20개 과제
대부분 현실과 거리 먼 원론적 수준
공무원 잡쉐어링도 실효성에 의문
“규제완화 등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더 큰 문제는 그 제목들조차 무성의하다는 점이다. 절반 이상이 자기 부처와 관련된 분야를 육성하거나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것들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소프트웨어(SW) 신산업육성,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상현실(VR)콘텐츠산업과 마이스(MICE) 등 융복합 관광산업 육성,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신산업 육성, 환경부는 유망환경기업 육성,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 신산업 육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분야 창업 활성화, 중소기업청은 기술·지식 기반 창업활성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분야 창업활성화,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여성 맞춤형 취·창업지원을 내걸었다. 국민안전처의 ‘재난관리전문역량 확충’, 행정자치부의 ‘지역역량 강화를 통한 지역일자리 창출’은 너무 포괄적이라 어떻게 내용을 채울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확대, 금융위원회의 독립투자자문업 육성은 이미 몇 년 묵은 장기 과제들이다.
정부가 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지금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제목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원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 부처의 일자리 관련 사안들을 한 데 모아놓은 수준일 뿐 경기침체 장기화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 정부가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선 이날 발표가 애초부터 ‘과잉 포장’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20개 과제의 ‘제목’만 확정하는 자리였는데 마치 대단한 일자리 대책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홍보가 되는 바람에 사안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일부 부처가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홍보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 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근본적 묘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 발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땜질식 정책 발표에 목매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실한 대책을 만들어서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책을 통한 고용 증대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정부가 큰 호흡으로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 성장 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경제부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