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과 함께 바람을 헤치며 창공을 가로지른 그는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한 뒤 전광판을 바라봤다. 비거리 94m. 앞선 1차시기 기록(97.5m)은 물론, 3차례 뛴 공식 훈련기록(100m·107m·102.5m)에도 미치지 못했다. 1차에서 선두였던 그는 팀 동료 이토 유키(23)에 밀려 한 계단 내려갔다. 표정에 실망스런 기색이 비치는가 싶었지만 그는 팬들을 향해 환히 웃으며 인사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치고도 ‘스키점프 여제(女帝)’ 다카나시 사라(21·일본)는 위엄을 잃지 않았다. 이날 다카나시는 남은 두 번의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확정했다.
스키점프 월드컵 출전한 다카나시
이상적 자세 ‘점프 교과서’로 불려
첫날 2위 머물렀지만 시즌 1위 확정
오늘 월드컵 53번째 우승 다시 도전
귀여운 외모의 다카나시는 피겨스케이팅의 하뉴 유즈루(23), 아사다 마오(27·여)와 함께 일본의 ‘겨울 스포츠 3대 아이돌스타’로 통한다. 소치 올림픽 직전엔 ‘피겨여왕’ 김연아(27), ‘차세대 스키여제’ 미카엘라 시프린(22·미국)과 함께 ‘소치의 3대 미녀’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40여 명의 일본 취재진이 몰려 다카나시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1년 뒤 올림픽이 열릴 평창에서 다카나시는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 중이다. 이날은 2위에 그쳤지만 16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열리는 스키점프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개인 통산 53번째 정상을 밟는다. 남·녀를 통틀어 최다 우승 기록 자인 남자부 그레거 쉴렌자우어(오스트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카나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 기록이 좋지 않았던 건 점프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였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실전 감각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승 트로피가 따라온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