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불거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의 해임설도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관계당국 첩보를 바탕으로 보위성 부상(副相·차관급)과 직속 부하들이 처형되고 김원홍이 해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 당국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이 김원홍의 해임·강등이나 새로운 보위상의 임명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조선중앙TV에서 김정은을 수행한 김원홍의 과거 자료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부하들이 처형될 정도의 중대 과오라면 김정은 영상에서 삭제되는 게 원칙이란 측면에서다.
북 권력핵심 동향 파악 최고 난제
주로 내부 암약 인사 정보에 의존
설익은 첩보 흘린 뒤 대응도 살펴
김정은, 정보 유출 막는 활동 강화
핵 실험장 접근한 협조자 최근 처형
대북정보의 세계에서는 엇갈리는 이런저런 설(說)이 1차적으로 걸러져 첩보가 된다. 현장을 뛰는 정보요원들은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서울의 데스크에게 전한다. 검증을 거친 첩보는 재확인 과정을 거쳐 ‘시인(是認)된 정보’가 된다. 사실로 확인돼 믿을만하고 정책의 참고자료로 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의 정보용어다. 때로는 설익은 첩보 수준의 스토리를 언론에 흘린 뒤 북한의 대응을 살피며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수법도 구사한다.
가장 믿을만하고 정확한 정보는 북한 권력 내부에 암약하는 협조자가 전해오는 정보다. 하지만 그 존재는 극비에 부쳐진다. 2008년 여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청와대 고위인사는 “양치질은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라는 언급을 했다 황급히 거둬들였다. 한 정보 기관장은 언론간담회에서 김정일이 파리에 체류 중이던 부인 고용희(김정은의 생모)와 나눈 통화내용을 발설했다 대통령의 진노를 샀다. 오랜기간 구축해온 대북정보망이 한순간에 노출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이란 측면에서다.
핵·미사일과 관련한 북한의 방어막을 뚫으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 태천지역의 200메가와트(MWe)급 원자로 지역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오는 데 성공한 정보요원은 비밀리에 훈장을 받았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 접근을 시도하던 우리 정보 당국의 협조자가 북한 경비병에 잡혀 처형당한 일도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 집권 후 정보유출을 막는 북한의 ‘반탐(反探)’활동이 강화된데다 외부시선을 의식한 언론플레이까지 등장하면서 대북정보 요원들의 어려움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통일문화연구소장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