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대회 지휘 경험이 풍부한 노장 김인식 감독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대회 때보다 더 긴장된다. 여러 문제를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 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WBC 대표팀 4번째 ‘위대한 도전’
류현진·추신수 등 미국파 이탈에
김광현·정근우 등 부상으로 빠져
선발·불펜 전천후 차우찬에 기대
WBC서 첫 태극마크 단 최형우도
“이대호·김태균과 한 방 터트릴 것”
결과에서 보듯 이제까지 ‘김인식 호’는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덕장(德將) 김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애국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덕분이었다. 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빠르고 정확한 투수 교체가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특히 WBC는 라운드별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특급 선발이 없어도 이어 던지기를 잘한다면 승산이 있다. 김 감독이 논란을 감수하고 오승환을 엔트리에 넣은 이유다.
김 감독은 왼손투수 양현종(KIA)·장원준(두산)·차우찬(LG)과 오른손투수 이대은(경찰야구단)을 선발 후보로 올려놨다. 양현종이 남은 기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1선발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은 “예년과 달리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렸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4주간 군사훈련을 받고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은은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송진우 대표팀 투수코치는 “이대은의 의지가 강하지만 정상적인 투구를 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은이 살아난다면 차우찬을 불펜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 차우찬은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당시 8강행 티켓이 걸린 멕시코전에서 4-2로 앞선 5회 등판해 3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2013년 WBC 1라운드 당시엔 차우찬은 한 타자만 상대(1피안타)하고 대회를 마쳤다. 그는 “2013년의 아쉬움을 씻기 위해서라도 올해 대회에서 더 잘해야 한다”며 13일 첫 훈련에서 불펜피칭을 자원하더니 70개의 공을 던졌다. 선 코치는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김현수(좌익수)·추신수(우익수)·정근우(2루수) 등이 빠진 야수진에서는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최형우(KIA)·이대호(롯데)·김태균(한화)이 중심타선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롯데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소속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오는 17일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WBC에 첫 출전하는 최형우는 “대표선수로 선발되니 긴장감보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는 최고의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필요로 할 때 (홈런) 한 방을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일본)=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