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여관에서 한국인 김모(52)씨를 불러 블랙머니 1만여 장이 들어 있는 상자를 보여줬다. A씨는 이 중 일부를 꺼내 검은색 종이에 세정제를 뿌려 세탁하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500유로(한화 62만원) 3장을 보여줬다. 검은색 종이에 약품을 칠하면 실제 현금이 도출되는 ‘블랙머니→현금 소환’ 수법으로 김씨를 속인 것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씨 등 3명에게 특수약품 구입 명목으로 1억1700만원을 빼앗았다. 피해를 당한 김씨는 경찰에서 “진짜 돈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김씨 등 피해자들은 페이스북 친구맺기를 통해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공범이 페이스북 상에 미모의 여군사진을 올린 뒤 “IS 소재를 추적하다 지하에서 발견한 불법자금을 한국으로 보내겠다. 약품 처리하면 500만유로(한화 약 62억원)를 만들 수 있으니 세관통과 및 약품처리 비용을 투자해 반씩 나누자”고 유혹했다. 이어 외교관을 사칭한 A씨가 접근, 블랙머니를 현금으로 바뀌는 장면을 시연하며 피해자를 속였다.
지난 1일 김씨에게 추가 범행을 하려다 붙잡힌 A씨 등은 검은색 종이 1만장이 든 상자를 갖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용한 블랙머니는 실제 검은색 도화지를 자른 것에 불과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잠시 심부름을 시킨 뒤 검은색 종이와 현금을 바꿔치기 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