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박사 “레디밀, 미국처럼 급성장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17.02.13 01:00

수정 2017.02.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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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강기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 [사진 최정동 기자]

강기문(59)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은 1년에 200일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런 그의 해외 출장지 아침식사 메뉴는 10년째 현지 냉동식품이다. 지난달 다녀온 미국 출장에선 ‘레디밀(ready meal)’ 메뉴를 보름 동안 먹었다.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레디밀은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되는 일종의 가정 간편식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강기문 센터장은 “미국 냉동식품은 완벽한 한 끼가 되도록 메인 요리와 채소·소스 등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국내에서도 레디밀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센터장은 CJ제일제당 냉동식품의 살아있는 역사다. 제일제당과 일본 아지노모토의 합작회사였던 제일냉동식품 개발팀에 1988년 입사한 그의 첫 임무는 육가공 상품개발이었다. 치킨너겟이나 떡갈비·만두가 주요 생산 제품이었다. 강 센터장은 그중에서도 냉동만두에 주목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판매하던 냉동만두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 강 센터장은 만두에 당면을 넣으니 식감이 풍부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고기를 쪘을 때보다 구웠을 때 맛있는 냄새가 나는 점을 응용해 군만두 개발에 나섰다. 모양도 굽기 편하게 납작한 모양으로 바꿨다. 그렇게 97년 내놓은 ‘백설 군만두’는 한 달 평균 매출이 10억원에 달하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강기문 CJ 글로벌 R&D센터장
해외출장 때 아침은 현지 냉동식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 목표”

2000년대 들어 CJ제일제당은 한국 식문화를 세계에 알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비전을 세웠다. 전략 제품은 만두였다.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중국의 딤섬, 미국의 브리또처럼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많아서였다. 강 센터장은 2006년부터 1년여간 미국에서 근무하며 만두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지 공장 건설도 도왔다.

2012년 냉동프로젝트팀장을 맡은 그는 당시 1500억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냉동식품 매출을 현재 4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매출 성장의 주력은 연매출 1600억원에 이르는 ‘비비고 왕교자’였다. 고기와 채소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 기존 냉동만두와 달리 각각의 재료를 칼로 큼직하게 썰어 한데 섞어 차별화한 제품이다. 비비고 왕교자는 지난해 말 한인마켓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 달 만에 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엿본 이 제품은 올해 안에 미국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에 입점 예정이다. 2월부터 일본 코스트코에서도 판매한다.

베트남·러시아 등의 만두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중국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목표는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다. ‘만두 박사’ 강 센터장의 다음 출장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식 만두인 ‘짜조’를 응용하면 유럽과 미국에 새로운 수출 활로를 마련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