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센터장은 CJ제일제당 냉동식품의 살아있는 역사다. 제일제당과 일본 아지노모토의 합작회사였던 제일냉동식품 개발팀에 1988년 입사한 그의 첫 임무는 육가공 상품개발이었다. 치킨너겟이나 떡갈비·만두가 주요 생산 제품이었다. 강 센터장은 그중에서도 냉동만두에 주목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판매하던 냉동만두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 강 센터장은 만두에 당면을 넣으니 식감이 풍부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고기를 쪘을 때보다 구웠을 때 맛있는 냄새가 나는 점을 응용해 군만두 개발에 나섰다. 모양도 굽기 편하게 납작한 모양으로 바꿨다. 그렇게 97년 내놓은 ‘백설 군만두’는 한 달 평균 매출이 10억원에 달하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강기문 CJ 글로벌 R&D센터장
해외출장 때 아침은 현지 냉동식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 목표”
2012년 냉동프로젝트팀장을 맡은 그는 당시 1500억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냉동식품 매출을 현재 4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매출 성장의 주력은 연매출 1600억원에 이르는 ‘비비고 왕교자’였다. 고기와 채소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 기존 냉동만두와 달리 각각의 재료를 칼로 큼직하게 썰어 한데 섞어 차별화한 제품이다. 비비고 왕교자는 지난해 말 한인마켓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 달 만에 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엿본 이 제품은 올해 안에 미국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에 입점 예정이다. 2월부터 일본 코스트코에서도 판매한다.
베트남·러시아 등의 만두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중국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목표는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다. ‘만두 박사’ 강 센터장의 다음 출장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식 만두인 ‘짜조’를 응용하면 유럽과 미국에 새로운 수출 활로를 마련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