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독자가 직접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코딩을 통해 움직이게 했죠.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소중 리포트│나만의 전기 자동차 만들기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사전에 공지된 대로 고성능의 노트북을 준비한 채 김 대표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어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코딩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강의장 한쪽에는 3D 프린터 3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죠.
“이런 자동차들은 여러분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디자인이죠. 디자인을 얼마나 잘하느냐, 여기에 자신만의 특징을 어떻게 부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흰색 차체(자동차의 몸체)를 들어 보인 김 대표는 프로젝트의 순서를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우선 틴커캐드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차체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틴커캐드는 오토데스크사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3D 모델링 프로그램입니다. 디자인이 완성되면 마치 문서를 출력하듯 차체를 출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모형 자동차 키트를 활용해 출력된 차체에 바퀴·엔진 등의 각종 부품을 붙이면 완성되죠.
프로젝트 첫날은 자신이 어떤 자동차를 만들지 디자인을 한 후, 틴커캐드로 코딩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디자인이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이에 자유롭게 쓱쓱 그려도 되고, 컴퓨터 작업에 능숙하다면 그래픽 툴을 사용해 그려도 괜찮아요. 참가자들은 각자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자동차의 모습을 자유롭게 그려냈습니다. 이른바 ‘도면 스케치’의 과정입니다. 스케치가 완성되면 이를 틴커캐드로 구현해 3D 프린터에 넣을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틴커캐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더하기와 빼기입니다. 자동차 형태로 차체를 디자인하면서 어떤 부품을 더하고, 어떤 부분을 뺄지 구성하면 좋아요.”
틴커캐드를 구동시키자 모눈종이와 같은 가상의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여기에 자신이 스케치한 차체를 넣어야 하죠. 먼저 가로 15㎝, 세로 8㎝의 직사각형을 마우스로 만들어냅니다. 높이는 2㎜ 정도로 맞추면 자동차 바닥을 이루는 기본적인 틀이 완성됩니다. 다음으로 앞서 말한 더하기와 빼기의 개념을 떠올리며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더하거나 부품을 넣을 자리를 빼면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바퀴가 들어갈 자리를 빼면 되는데, 기존 자동차처럼 꼭 모서리에 바퀴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바퀴 2개가 붙은 삼륜차의 형태를 해도 괜찮고, 바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탱크의 모양을 갖춰도 좋아요.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컴퓨터 속 디자인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프로젝트 둘째 날은 틴커캐드로 만들어낸 차체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는 것으로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저장된 틴커캐드 파일을 SD카드에 넣어 프린터에 옮기면 바로 출력이 진행되죠. 3D 프린터에는 파일 속에 들어 있는 디자인을 가져와 한 층씩 건물을 쌓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습니다.
차체 전부를 출력하는 것은 시간상 힘들었기 때문에 일부만 3D 프린터로 출력한 후 모형 자동차 키트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이 이뤄졌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개성을 살린 차체를 출력해 냈어요. 박형진(서울 성북초 6) 독자는 영화 ‘007’ 시리즈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날개 모양의 문을 가진 차를 디자인했습니다. 정유진(고양 모당초 6) 독자는 보기만 해도 단단하게 느껴지는 안정적인 형태의 차체를 출력했죠. 참가자들은 출력된 차체를 바탕으로 자동차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바퀴·모터 등의 나머지 부품들을 차체에 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면 간단합니다. 키트에 포함된 제어기와 배터리·모터를 하나씩 얹은 후 접착제의 일종인 글루건으로 부착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무척 진지해 보였죠. 부품들을 관찰한 후 자신이 어떤 형태로 자동차를 만들 것인지 생각하면 조립이 더 수월하다고 합니다.
손재주가 있는 참가자 몇 명은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완성해 자기들끼리 테스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책상 위에 각자의 자동차를 올려놓고 충돌시키거나 빙글빙글 돌리며 기능을 시험했죠. 언뜻 장난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동차의 단점을 발견해 보완하며 장난이 아님을 입증했습니다.
모두 자동차를 완성하자 김 대표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디자인과 코딩을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맡긴 덕분에 개성 넘치는 결과물이 나와서입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김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디자인이든 많이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평소 주변 사물을 잘 관찰하고 이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컴퓨팅적 사고력과 디자인 실력 향상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습니다.
곽민서(용인 독정초 6)
“F1 자동차를 모티브로 해 만든 자동차다. 가볍고 흡수력이 강해 트럭과 충돌해도 충격을 흡수해버리는 고성능 자동차다.”
박세현(서울 영본초 6)
“평소엔 날개를 접어 두었다가 비행을 할 경우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게 했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물속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주안(서울 안산초 6)
“고속 주행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게 되면 차체가 뒤로 젖혀져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축소된 크기라 빠르게 달리진 못하지만(웃음).”
전기스포츠카
김도원(서울 창일초 6)
“4개의 선으로 된 판을 달아 공기저항을 최소화했다. 바퀴 사이에 가드를 만들어 오프로드를 달릴 때 배터리 등 부품에 흙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험머
유형주(안양 벌말초 6)
“힘이 세고 충격에 강하다.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차체 폭을 넓게 하고 제어판을 차량 아래 달아 무게중심을 맞췄다. 보기에도 묵직하고 강한 자동차다”
유선형 자동차
이민정(인천 청라초 4)
“바람의 저항을 덜 받게 유선형으로 만들었고 어린아이에게 거부감 없는 귀엽고 빠른 자동차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Oliver Model K
박형진(서울 성북초 6)
“10년 이내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만들었다. 차 문이 열리고 날개가 나와 날 수 있도록 했고, 바퀴가 옆으로 접혀 프로펠러 기능을 한다. 차 안은 마주 보는 구도다.”
호버카
황재서(성남 초림초 4)
“위에서 보면 바퀴 없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차체 뒤에는 날개를 달았다. 밤길에서도 쉽게 주행할 수 있게 LED를 중앙에 달았다.”
일석삼조카
정유진(고양 모당초 6)
“앞부분을 가볍게 해 멀미가 나지 않고 사전 충돌 테스트에서도 안전한 모습을 보였다. 기능도 뛰어나다. 실제 차로 만들면 사물인터넷 연결 기능을 넣겠다.”
로버
이세진(안양 삼성초 6)
“단단하고, 화려하고, 가볍다. 제2의 지구를 찾고 싶은 마음에 다른 행성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탐사차의 형태로 설계했다. 실제 크기로 만들면 팔 수도 있겠다.”
김진표 대표는 한국로봇교육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청담로봇(www.makemaker.co.kr) 대표이자 메이커교육실천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취재보조=황인철 인턴기자, 도움말=김진표 청담로봇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