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EU가 그리스의 부채를 일부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MF는 최근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 EU가 상당 규모의 부채를 경감해주지 않으면 지속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단지 돈을 붓는 것만으로는 그리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IMF의 시각이다.
7월까지 갚아야 할 빚 55억 유로
IMF “EU 일부 탕감해야 추가 지원”
선거 앞둔 유럽 각국 선뜻 안 나서
그리스 2년 만기 국채금리 10% 육박
EU의 태도 역시 강경하다. EU는 1~2차 구제금융 때 부채를 일부 경감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 부채를 경감해주면 그리스가 어려운 개혁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EU의 경우 당장 눈앞에 선거가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 독일은 12일 대통령 선거와 9월 연방의회 선거를, 프랑스는 4~5월 대통령 선거와 6월 하원 총선을 치른다. 네덜란드는 3월 하원 총선이 예정돼 있다. 만약 그리스의 부채 탕감에 서명했다가 국내 정치의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EU가 그리스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다. CNN머니는 “유럽이 본격적인 선거철에 들어서면 그리스 구제금융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리스는 구조개혁을 주도하는 IMF를 겨냥해 “우리의 노력을 무시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EU를 옹호하고 있다. 그리스는 4월에 14억 유로를, 7월엔 41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현재 그리스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다만 EU의 선거 과정에서 그리스의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EU 주재 미국 대사인 테드 말락은 “향후 18개월 안에 유로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그리스가 유럽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재정긴축에 반대하고 있는 시리자 정부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