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숨은 코드 읽기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룬 산업화의 상징을 뜻하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시점. 안 지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싫어할 말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강도도 갈수록 세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정부 간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에서 8일엔 “중국 지도자들이 (사드 배치 결정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이미 그는 새누리당과의 대연정도 언급했다. 야당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주장을 계속하는 데 숨은 코드는 없을까.
문재인 지지율 33%, 대세 못미쳐
호남·탄핵민심 결집에 총력전
안희정, 15%대까지 올라와
‘한강의 기적’ 언급 … 중도층 노려
전문가들은 지지율 20%를 후발주자가 선두주자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최소한의 조건으로 본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2002년 노무현 후보는 10%대로 지지율이 떨어져 후보 교체 논란을 빚다가 20%를 돌파한 후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할 근거를 얻었다”고 말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에 주력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7일 발표한 경선캠프의 면면은 ‘호남 일색’이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전남 목포,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광주, 총괄본부장 송영길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이다. 조만간 전북 익산 출신 이춘석 의원의 합류가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도 숨은 코드가 있다. 문 전 대표는 오랫동안 지지율이 20%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30% 선을 돌파했다. 결정적인 동력은 호남 민심이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6~8일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3.2%의 지지율을 보였다. 다음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5.9%)과 안희정 지사(15.7%).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33.5%였다. 자신의 전체 지지율보다 근소하게 높기는 하지만 호남은 아직 확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판단이다. 문 전 대표의 목표는 지지율 40%다.
문, 내일 열리는 촛불집회 참석 예정
문 전 대표는 탄핵 민심을 결집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탄핵에 가장 강력하게 호응하는 지역은 호남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만약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3월 13일) 이전 탄핵 결정이 되지 않으면 그 뒤는 아주 혼미해질 것”이라며 “정권 연장 세력의 조직적 움직임 때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대선까지 정권심판론이 이어진다면 안 지사의 중도 확장 전략은 문 전 대표를 이기기 어렵다”며 “그러나 안 지사가 20%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라면 정면대결을 해볼 필요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