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가볍게 넘긴 카카오, 속은 허전

중앙일보

입력 2017.02.10 01:00

수정 2017.02.10 01: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었다. 1년 전보다 57.1% 늘어난 1조46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전년보다 31.1% 증가했다.
매출 신장의 일등 공신은 콘텐트다. ‘게임’이 끌고 ‘음악’이 밀며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게임 매출은 3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늘었다.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2058억원, PC 온라인 게임으로 1145억원을 챙겼다. 이중 4분기에 거둬들인 매출만 2215억원이다. 카카오 측은 “새로 선보인 ‘프렌즈팝콘’ ‘쿵푸팬더3’ ‘데스티니차일드’ 등 모바일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고, ‘검은사막’ ‘에오스’ 등 유통을 맡았던 PC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며 4분기 게임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멜론 효과’도 톡톡히 봤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품에 안았다. 카카오의 지난해 음악 매출은 2963억원으로 1년 전 154억원에서 1824.7%나 뛰었다.

음악·게임 덕 작년 외형 57% 성장
광고실적 부진, 영업이익률은 후진

공 들인 O2O서비스 아직 성과 미미
상반기 선보일 맞춤형 광고에 기대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익성의 지표가 되는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7.9%로 전년에 비해 1.6%포인트 줄었다. 두 자릿수를 훌쩍 넘긴 네이버의 영업이익률(27.3%)과 크게 대비된다. 우선 인터넷 기업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광고 매출은 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네이버의 연간 광고 매출 2조9670억원과 5배 가량 차이가 난다. 페이스북의 경우 광고 매출이 전체 수입의 90%, 네이버의 경우 70%를 차지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30%를 밑돈다.
게다가 공들여온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 연계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헤어샵’ 등의 신규 O2O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로엔 등 자회사의 실적을 제외한 카카오 자체의 매출은 8612억원, 영업이익은 709억원으로 오히려 1년 전보다 각각 0.1%, 41.1% 줄었다.

카카오 측은 올 상반기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맞춤형 광고 상품을 출시하면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 간 의사 소통 도구인 카카오톡을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사업자와의 연결 고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9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카카오톡은 사용자들의 일상 생활 수요를 충족하도록 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4월 피자·치킨·햄버거 등 20여 개 브랜드의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장보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소상공인의 배달을 대행하는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주문을 중계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지분 20%를 확보한 ‘씨엔티테크’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일 초기 자본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임 대표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브레인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라며 “2분기 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지난해 임 대표 취임 이후 O2O 사업을 강조해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올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줘야 현재 5조원대의 머물고 있는 시가총액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