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산시의 압박에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2015, 이상호·안해룡 감독) 상영을 감행한 뒤 정부 예산 삭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 등 진통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대표적이다. ‘다이빙벨’의 배급사 시네마달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자백’ 같은 흥행작은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독립 다큐는 동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 장르예요. 인간이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화두를 던지죠. 현실의 문제들을,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김 대표의 말이다. ‘다이빙벨’ 이후로도 ‘나쁜 나라’(2015, 김진열·정일건·이수정 감독) ‘업사이드 다운’(2016, 김동빈 감독) 등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를 계속해서 배급한 것도 그에겐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백’이 개봉한 지난해 10월 들어 시네마달은 자금을 융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배급을 약속했던 영화의 감독들을 만났다. 양해를 구하고 개봉을 서두르기 위해서다. 그러자 감독들이 펄쩍 뛰었다. 마침 지난해 11월 무렵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청와대가 ‘다이빙벨’ 논란에 적극 개입했음을 증명하는 메모(아래 사진)가 나왔다. ‘시네마달 내사’를 강행한 문구도 발견됐다. 직원들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까지 사찰됐다. 지난달 21일,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인한 헌법 침해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했다.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엔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그가 BIFF의 ‘다이빙벨’ 상영관 전 좌석을 일괄 매표하는 이른바 ‘노쇼’ 수법으로 시민들의 관람을 방해하고, 상영 후 영화를 폄하하는 관람평을 게시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시네마달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응원과 원조가 쏟아졌다. 말 없이 큰돈을 놓고 간 사람도 있다. 이송희일·홍형숙·김일란 등 시네마달과 함께했던 감독들은 시네마달을 위한 소셜 펀딩을 추진했다. 아직 펀딩은 준비 단계지만 그간 시네마달과 연을 맺은 영화인들과 시민단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힘을 보태며 회사는 폐업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감독들이 ‘시네마달은 독립 다큐 진영의 공공재’라면서 ‘없어지면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이라 하더군요. 그런 얘기 하나하나가 고마웠어요.”
김 대표는 “이번 블랙리스트가 독립 다큐 진영에 준 가장 큰 타격은, 감독들이 무의식중에 상상력을 자기 검열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영진위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 선정 결과는 오는 3월 첫 발표될 예정이다.
글=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