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2라운드다. 프레임(frame)이란 원래 “사고의 틀이자 생각의 출발 지점”이라는 뜻의 학술용어지만 “권력을 잡으려는 자, 프레임을 잡아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일반화됐다. 씨름판의 샅바 싸움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짜려는 프레임 대결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다.
자신이 먼저 전장을 만들라
남의 이슈 반박만 하다간 끌려가
엎어치기 자신 없으면 무시해야
전문가의 프레임 전쟁 승리비결 4
이처럼 프레임 전쟁에선 선제공격이 최선이다. 전장(戰場)에서 어떻게 싸우느냐보다 누가 전장을 먼저 만들었느냐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예는 2011년, 야권의 전면 무상급식론이다. 여권이 “선별적으로 실시해야” “포퓰리즘”이라고 반격해 봤자 무상급식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동훈 전 배재대 교수는 “엎어치기할 자신이 없으면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전했다.
임동욱 교수는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에 대해 야권 내에서 집중포화를 쏘고 있지만 그게 안 지사의 ‘포용 리더십’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공격할수록 오히려 늪에 빠지는 게 프레임”이라고 진단했다.
추가 설명 필요없는 쉬운 말로
듣자마자 무릎치게 만들어라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80년대 뇌과학 연구 결과 인간은 인지적으로 게으르다는 것이 판명났다. 최소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일상생활을 영유하고자 한다. 새로운 정보가 유입될 때 일일이 따지기보다 기존 사고에 넣었다가 별 거부반응이 없으면 바로 통과시킨다”고 말했다. 가장 효율적인 사고 처리 도구가 프레임이라는 얘기다.
경쟁력이 있는 프레임은 듣자마자 무릎을 치게 만든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면 낙제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교체’ 프레임은 누가, 어디까지, 무엇을 등의 2차 설명을 요한다. 강력한 프레임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편을 한 방향으로 모아라
건강한 토론 없애는 부작용 문제
결집력을 끌어올리는 와중에 여러 복잡한 요소 중 특정 부분만을 선택해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과잉 단순화(oversimplication)’도 발생한다. 일종의 거두절미와 짜깁기다. 또한 여론조사 등을 활용해 “이게 사회적 합의”인 양 포장하는 ‘동의 조작(manufacture of consent)’도 동원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프레임 전쟁이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고 자칫 낙인찍기와 진영논리 공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대정신 담아야 폭발력 커져
역사성·스토리텔링 있어야
프레임이 폭발력을 띠려면 시대정신과 부합해야 한다. 역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친일’ ‘종북’ 프레임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이유다. 김원용 교수는 “과거 선거가 이념·지역 등으로 갈렸다면 이번 대선은 세대 요인이 핵심 변수”라며 “세대교체 프레임은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