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한 한국GM 준중형차 ‘크루즈’의 첫 인상이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명한 쉐보레 십자 엠블럼 기준으로 아래 위로 나눈 ‘GM 패밀리룩’부터 말리부를 쏙 빼닮았다. 2008년 GM대우 시절 선보인 ‘라세티 프리미어’를 9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신차란 게 실감났다. 독주하는 현대차 ‘아반떼’를 기아차 ‘K3’와 르노삼성차 ‘SM3’가 따라붙는 구도의 준중형차 시장에 크루즈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GM, 준중형 시장 재편 기대
터보 엔진 차량의 단점도 못느껴
경쟁사 보다 불편한 내비 아쉬워
특히 안정감이 두드러졌다. 눈이 얼어붙은 곡선도로를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데도 좀처럼 차체가 휩쓸리지 않았다. 전륜 구동차지만 네 바퀴가 노면을 꽉 붙잡고 달리는 게 느껴졌다. 히터를 튼 채 고속 주행을 반복했는데도 연비는 L당 13.1㎞를 기록했다(공인연비 L당 13.5㎞).
실내엔 임팔라(준대형차)-말리부(중형차)를 잇는 막내답게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다. 특히 미국차 특유의 시트 가죽 질감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편의사양(옵션)은 아쉬웠다.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현대기아차보다 화질·조작감이 떨어졌고 풀옵션차인데도 조수석 자동 조절장치, 뒷좌석 공조장치가 빠졌다. 특히 가격(1890만~2478만원)이 부담스러웠다. 아반떼 1.6 가솔린(1410만~2415만원) 보다 아반떼 스포츠(2000만~2455만원)와 겹쳤다.
말리부는 분명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미니 말리부’ 크루즈는 어떨까. 소비자가 주행 재미에 얼마를 더 투자할지에 달린 것 같다. 이래저래 준중형차 시장이 재밌어질 전망이다.
양평=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