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는 3월 백두대간 논스톱 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트레일이라 할 수 있는 아팔라치아트레일 종주와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 종주까지 할 계획이다. 브래드는 지난 2008년 미 해병대에 입대해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 등 접전지역에서 근무하고 2016년 전역했다. 군 복무 때는 40kg 이상의 군장과 장비를 착용하고 1시간 평균 5km의 속도로 이동한 강건이었다. 또 미국의 다양한 트레일을 경험한 노련한 트레커다. 때문에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브리앙의 트레킹 노하우 몇 가지를 공유한다.
1. 20kg 장비를 10kg으로 줄이는 방법
2. 패킹 인 패킹
패킹(Packing)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55ℓ 배낭 안에 작은 수납 가방을 차곡차곡 쌓은 것이다. 물론 이는 백패커의 기본이다. 브래드의 패킹이 눈에 띄는 점은 작은 수납 가방 중 절대로 비에 젖어선 안 되는 물품에 방수 커버를 사용한 것이다. 바로 침낭·양말 등 보온의류 그리고 식량이다. 보통 '비가 오면 방수커버를 씌우면 되지'라며 배낭 안 물품은 비 단속을 하지 경우가 많다. 브래드는 방수 처리를 한 번 더 한 셈이다. 이는 비가 세차게 오면 방수 커버에도 불구하고 배낭 안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와 구급약을 담은 별도의 백을 만들어 가슴 부위에 매단 것도 이채롭다. 사진 촬영과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용이하다. 단 "(작은 가방을 가슴 부위에 달면)경사면을 올라갈 때 발밑 상황이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는 것은 유의하자.
3. 함께 걸을 때 앞사람과 가장 적당한 간격은
브리앙과 1박2일을 함께 걸으며 '존경스러울 만큼' 배우고 싶은 점이었다. 둘 이상 걷게 되면 뒤에서 걷는 사람은 앞사람을 마크(Mark)삼아 걷게 된다. 대개 뒷사람이 앞사람을 바짝 쫓는다. 뒤에서 걷는 이의 입김이 앞사람 뒷덜미에 전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앞사람은 마음이 바빠지고, 반사적으로 뒷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하려 바삐 걷게 된다. 뒷사람은 다시 바짝 쫓는다. 트레킹이 아니라 서로 쫓고 쫓는 술래잡기가 된다.
국내 트레킹 경험이 없는 브리앙은 항상 기자를 뒤따랐다. 그는 자로 잰 듯 3~5m의 간격을 유지했다. 앞사람이 서면 그대로 멈춰서 기자를 주시했다. 정찰 나간 군대의 분대장을 뒤따르는 분대원처럼 움직였다. 그는 해병대 시절 시속 5km로 구보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트레킹 할 때는 시속 6km로 걸었다고 했다. 우리는 이날 시속 2km로 걸었다. 분명 마음속으로 앞질러 가거나 앞사람을 바짝 쫓아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늘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했다.
4. 속도를 조절하라
"우린 45분 만에 3km를 하산했어, 아주 좋은 속도야" "우린 1시간에 2km를 넘기지 못한 것 같아" 브리앙은 항상 손목시계와 이정표에 나오는 구간을 체크하며 속도를 점검했다. 트레커는 자신이 걷는 속도에 민감해야 한다. 위험 요소가 많은 겨울 산을 걸을 때는 특히 그렇다.
5. 옷은 가볍게, 레이어는 간소하게
브리앙은 워킹할 때 긴팔 티셔츠 한 장만 입었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곧바로 고어텍스 소재 점퍼를 걸쳤다. 또 10분 이상 휴식시간을 가질 땐 고어텍스 점퍼를 벗고 두꺼운 패딩 재킷을 껴입었다. 그는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한국 등산객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물론 산행 시 복장은 '얇은 옷을 여러 겹(Layer)으로 껴입으라'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꼭 몇 겹을 껴입으라는 뜻은 아니다. 날씨와 주변 환경, 자신의 체온 변화에 맞게 입는 게 중요하다. 또 레이어(Layer)는 간소할수록 좋다.
6. 끼니는 길에서 해결한다
7. "트레일에 술을 반입하면 벌금 500달러야"
겨울 트레킹 명소인 태백산·함백산·금대봉을 걸으며 많은 등산객이 만났다. 더러 불콰해진 얼굴로 술 냄새를 풍기는 이들도 있었다. 그도 이들을 못 봤을 리 없다. 그는 1박2일 일정이 끝난 삼수령의 작은 점방에서 냉장고 가장 아래 칸에 진열된 막걸리를 보더니 "사람들이 배낭 옆에 꽂고 가는 게 저것이냐?" 물었다. 가슴 뜨끔한 질문이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던졌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어떤 주는 트레일에 술을 반입하면 벌금이 500달러야." 물론 미국 국립공원 또는 주 공원에서 술이 반입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한국만큼 술을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8. 깨알 같은 소품들
글·사진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 취재 후기=브래드와 1박2일 트레킹은 지난 2월 4~5일 이틀 동안 진행됐습니다. 야영 장소는 태백산국립공원 두문동재 들어서기 전 화장실 앞 공터였습니다. 바로 앞에 만항재-두문동재 등산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매점이 있습니다. 매점 주인은 몇 주 전 군 특전사 요원이 같은 장소에서 야영을 했다고 일러줬습니다. 당시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야영한 날은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손목시계에 표시된 두문동재(1268m)의 5일 아침 최저기온은 약 -5℃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