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은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사와 안진으로 튀었다. 지난해 12월 감사를 맡았던 안진의 전직 회계사가 구속기소되고, 현직 회계사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법인 안진도 직원 관리감독소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 결과는 5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밝혀져 궁지
금융당국 수 개월 업무정지 움직임
안진 측 “조직적 개입 전혀 안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의 잘못도 크기 때문에 1심 재판과 상관없이 감리가 끝나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재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금융위가 제재 절차를 밟으면 2007년 말 결정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라 원칙 없는 행정 논란이 일 수 있다. 당시 외국은행인 HSBC가 금융위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승인을 신청했지만, 금융위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승인이 미뤄진 사이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 단순한 부실감사라면 법인의 업무정지 같은 제재는 책임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 재판이 진행중인데 나머지 직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직원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안진의 회계사는 1100여명이다. 대우조선 관련 팀에는 10여 명이 일을 했다.
안진 측은 미국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1년 12월, 15억 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여파로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파산을 신청했다. 엔론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회계사와 아서앤더슨은 형사기소됐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5년 증거부족을 이유로 아서앤더슨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늦었다. 아서앤더슨은 이미 2002년 문을 닫았다.
오태환 안진 감사본부장은 “입증되지도 않은 잘못으로 제재를 받아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이는 한국 회계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