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회 수퍼보울은 브래디 말처럼 ‘믿을 수 없는’ 반전 드라마였다. 뉴잉글랜드는 경기 초반부터 애틀랜타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브래디의 플레이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터치타운 패스 하나를 성공했지만 애틀랜타 디펜스태클 그래디 재럿에게만 세 차례 색(sack·태클)을 당했다. 브래디가 체면을 구기는 사이 애틀랜타는 2쿼터에 21점을 내며 승승장구했고, 3쿼터가 끝났을 때는 25점차까지 앞섰다.
수퍼보울 역사 바꾼 뉴잉글랜드
3쿼터 중반까지 애틀랜타에 3-28
4쿼터에만 19점, 연장전서 대역전
브래디, 466패싱야드 신기록 세워
쿼터백으로 사상 첫 MVP 4회 수상
소속팀은 최다 5번째 우승 트로피
브래디는 터치다운 패스 2개 등 패스 시도 62번 중 43개를 정확하게 연결했고, 466패싱야드를 기록했다. 브래디는 ‘캐치볼 중독자’라 불릴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그는 다섯 번째(2002·04·05·15·17년) 수퍼보울 정상에 서면서 조 몬태나·테리 브레디쇼(이상 4회) 등 전설들을 뛰어 넘었다. 수퍼보울 MVP 네 차례(2002·03·15·17년)도 몬태나(3회)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브래디는 2000년 NFL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전체 199위로 뉴잉글랜드에 뽑혔다. 당시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이듬해 주전 쿼터백 드류 블레드소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고, 빌 벨리칙(65) 감독의 연마로 ‘보석’이 됐다. 그는 17년째 뛰고 있는 뉴잉글랜드에서 은퇴하기 위해 구단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을 맞춰 연봉을 자진삭감했다. 브래디는 NFL 연봉순위 27위(1376만 달러·약 160억원)다.
벨리칙 감독은 스파이 게이트(상대 작전지시를 훔쳐봤다는 스캔들), 브래디는 디플레이트 게이트(바람 뺀 공을 사용했다는 스캔들)에 연루되는 등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에도 휩싸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2000년대 들어 수퍼보울 최다우승을 합작해내며 '뉴잉글랜드 왕조' 시대를 열었다.
애틀랜타 ‘파브의 저주’ 앞에 또 눈물
1966년(65년 창단) 리그 참가 이후 50년 만에 첫 우승을 노렸던 애틀랜타는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미리 든 축배 탓이다. 경기 초반 강력했던 수비벽이 느슨해지면서 뉴잉글랜드의 반격에 당했다. 이날 패배로 ‘파브의 저주’를 푸는데도 실패했다. 애틀랜타는 1991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33번)에서 뽑은 쿼터백 브렛 파브(48·은퇴)를 이듬해 그린베이 패커스로 트레이드했다. 파브는 19시즌을 뛰며 그린베이의 수퍼보울 우승(1997년)을 이끌었지만, 애틀랜타는 수퍼보울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애틀랜타 연고 프로구단이 우승하지 못해 생긴 '올림픽의 저주'를 풀 절호의 기회도 놓쳤다. 전날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던 애틀랜타 쿼터백 맷 라이언은 '아이스(ice)'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승부처에서 냉정하지 못했다. 라이언의 우승 실패로 2000년 이후 정규시즌 MVP가 수퍼보울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도 이어졌다.
김원 기자, 봉화식 미주중앙일보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