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분만 산부인과가 1개인 시·군·구는 37곳, 2개인 데는 21곳이다. 이곳들도 내버려 두면 조만간 ‘분만실 0’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여주에선 산부인과들이 잇따라 분만실을 폐쇄하거나 진료과목을 바꿨다. 여주의 한 산부인과는 간판에서 ‘산부인과’ 전문과목을 빼고 ‘일반 의원’으로 바꿔 보톡스·필러 등 피부과 시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분만실을 폐쇄한 다른 산부인과 관계자도 “산부인과는 인력 구하기도 힘든 데다 위험 부담도 너무 커 경제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분만실을 다시 살리기 위해 첫해 12억5000만원, 이후 매년 5억원을 지원한다. 14개 병원에 이렇게 지원한다. 정 원장은 “분만실을 새로 여는 데 들어가는 돈의 3분의 1만이라도 기존 분만실에 지원하는 게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홍천 유일 분만병원 정후연 원장
“의료진 최소 12명 필요한데 7명뿐
12년간 한번도 제대로 쉰 적 없어
외래환자까지 줄어 경영난 가중”
“시간 비례한 분만수가, 분만대기료 신설을”
정부가 분만 수가를 3배로 올린 것도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지금 분만 수가는 소요 시간에 관계 없이 건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황종윤 교수는 “분만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수가를 지급하거나 분만 대기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는 2001년 270명에서 지난해 96명으로 줄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수련 도중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에 따르면 2020년엔 분만 의사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글로벌의학센터장은 “의대 입시에 지역균형선발 제도는 있지만 취약지 의무 근무 규정이 없다”며 “공공의대를 설립해 산부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해 농어촌 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에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취재에 나섭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 오는 13일엔 디지털스페셜 콘텐트 ‘다시 그리는 대한민국 출생지도’를 선보입니다. 전국 시·군·구별 분만실 보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숫자 등을 비교합니다.
」사진=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