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개인 숭배는 그분의 생각이니 그렇다 치고, 글쎄 그것이 하찮은 비리이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난가을 이래 몇 달 동안 최순실증이라는 허탈감에 빠져 있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도대체 “이게 나라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 변호사 말대로 한두 명의 하찮은 비리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나라의 기강을 허물어 버렸다. ‘비밀이 시작되는 곳에 권력이 있다’고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는 전체주의 연구자가 말한 적이 있다. 그걸 우리나라에서 보게 되다니. 장관은 자기 부처 과장 인사도 못했고 대국민 담화 하나 못 내서 일반 국민은 누가 장관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 분위기에서 청와대 명령이 없는데 어느 공무원이 움직이겠는가. 그런데 막상 그 안에서는 ‘서면 보고’만 있었다는 것이니 말이다. 세월호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믿음이 여객선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던 것을 의미한다.
국정 농단 ‘하찮은 비리’ 동의 못해
촛불집회 “염병하네” 연호가 와 닿아
잦은 사법부 앞 위력시위 자제하고
법과 원칙, 양심 따른 판결을 기대
걱정스러운 것은 헌법재판관들과 판사들, 그리고 특별검사가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중의 시위 때문에 무서워서 엉터리 수사와 재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주류 신문사와 방송국이 사실을 날조했다는 황당한 주장이 나온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통치자들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마당에 집회를 아예 그만두자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최소한 재판관들이 심리적 압박 때문에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 대신 시대의 양심을 걸고 그렇게 결정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헌법재판소나 법원 앞에서의 집회는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어떨까.
더 걱정스러운 것은 대통령 유고 상태가 지속되는 혼돈의 상황이다. 탄핵을 인용하는 데 반드시 뇌물이나 공갈죄 같은 범죄가 성립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탄핵심판을 미룰 명분도 없다. 특별검사가 공소제기를 하기 위해 피의자들의 자백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고 이들이 구속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헌재는 빨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고, 특별검사는 빨리 공소를 제기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지금은 대통령 탄핵과 형사처벌 그 이상을 걱정할 때다. 새 대통령을 뽑는다지만 그것이 미인대회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고르기에 불과하고 그 밥에 그 나물 식으로 비슷한 사람이 대통령 되는 식이면, 그동안 시민들이 투쟁한 성과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김관기 변호사 도산법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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