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으로 위기 몰린 보수 정치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두 편으로 나뉘어 싸웠던 이들은 10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됐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과거는 무색해졌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이른바 ‘진박’ 논란을 겪으면서 최 의원과 유·이 의원은 한때 동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 ‘네거티브 남매’로 불렸던 유·이 의원만이 여전히 돈독하다. 곽 전 의원(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이명박 캠프에 있던 4명도 뿔뿔이 흩어지기는 마찬가지. 친이계 주 의원은 친박계였던 유·이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주역이 됐고, 친이계 정 전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남경필 경기도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이 됐다. 2007년 경선에서 유 의원과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친이계 진 전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유 의원 캠프의 총괄 역할을 맡게 됐다. 정 전 의원을 도와 이명박 캠프에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도와 국민의당이 원내 제3당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한때 보수진영의 대선 후보로 각광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가도에서 갑자기 이탈한 것 역시 결국 우리 정치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흘러간 옛 노래인 특정 정치인을 좇는 정치 행태를 반복하려다 반 전 총장으로부터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이야기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합집산하는 보수진영
최경환·이혜훈은 동지에서 적으로
유승민·진수희는 적에서 동반자로
보수 정당 변화해야 살아남아
부유·특권층 대변하는 영국 보수당
개혁 받아들여 200년간 명맥 유지
이념보다 특정 인물에 의존
‘큰 소나무’ 탓 새싹 자라기 힘들어
“외부에서 새 인물 적극 수혈해야”
사당화(私黨化)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일 정도로 특정 인물에게만 기대는 행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한국의 보수진영은 ‘소나무 아래의 토양’에 비유된다. 소나무는 자기 근처에서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게 분비물을 내뿜는 타감작용(他感作用·allelopathy)을 통해 장수를 한다. 한국 보수가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 선거에서 자주 이기고 정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큰 소나무’ 같은 유력 정치인이 있었기 때문인데 역설적으로 그런 현상이 지금과 같이 걸출한 후보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그동안 보수진영은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 있었고 그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분 있는 정치인’이 나올 환경은 아닌 것 같다”며 “보수도 진보진영처럼 지향점을 정교하게 이론화하고 시민사회와의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빈 교수는 “보수진영도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새 인물을 영입해 수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객토(客土)를 통해 새 인물이 등장하고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S BOX] 나카소네 “진정한 보수는 원칙 지키며 끊임없이 개혁”
보수(保守)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정의(定義)에는 ‘보전하여 지킴’ 또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과 같이 ‘지키는 것’에 무게가 있다. 한국의 일부 보수 중에는 ‘지키는 것’의 대상을 가치가 아닌 특정 정치인으로 삼기도 한다.
애초 보수니, 진보니 하는 개념이 서구에서 시작된 만큼 20세기 영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학자 로저 스크러턴의 정의를 빌리면 이렇다.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신념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 ▶스스로 세운 원칙을 어기지 않는 강한 의지. 지난해 12월 27일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고 비판하며 분당을 선언한 바른정당의 설명도 비슷하다. ▶훌륭한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침 ▶사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공적인 대의를 존중함 ▶개혁하고 변화하면서 국민의 일상을 지킴. 일본 자민당의 원로이자 보수 정계의 거물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보수의 유언』에서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며 끊임없이 개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수는 단순히 지키는 데 머물기보다 ‘어떤 것을, 제대로 지키느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보수당이 정당 명멸사 속에서도 200년 가까이 당명을 유지한 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벤저민 디즈레일리부터 마거릿 대처, 데이비드 캐머런 등으로 이어지기까지 시대가 요구한 변화와 개혁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의 정의(定義)에는 ‘보전하여 지킴’ 또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과 같이 ‘지키는 것’에 무게가 있다. 한국의 일부 보수 중에는 ‘지키는 것’의 대상을 가치가 아닌 특정 정치인으로 삼기도 한다.
애초 보수니, 진보니 하는 개념이 서구에서 시작된 만큼 20세기 영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학자 로저 스크러턴의 정의를 빌리면 이렇다.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신념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 ▶스스로 세운 원칙을 어기지 않는 강한 의지. 지난해 12월 27일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고 비판하며 분당을 선언한 바른정당의 설명도 비슷하다. ▶훌륭한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침 ▶사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공적인 대의를 존중함 ▶개혁하고 변화하면서 국민의 일상을 지킴. 일본 자민당의 원로이자 보수 정계의 거물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보수의 유언』에서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며 끊임없이 개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수는 단순히 지키는 데 머물기보다 ‘어떤 것을, 제대로 지키느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보수당이 정당 명멸사 속에서도 200년 가까이 당명을 유지한 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벤저민 디즈레일리부터 마거릿 대처, 데이비드 캐머런 등으로 이어지기까지 시대가 요구한 변화와 개혁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