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박인규 KAIST 기계공학과 공동연구팀은 2일 “실리콘과 탄소 소재를 활용해 로봇의 피부 역할을 할 수 있는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KAIST, 실리콘·탄소 섞은 센서 개발
미세한 접촉에도 민감하게 반응
망치로 쳐도 견디고 복원도 쉬워
90년대 들어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 피부는 또 한 번 진일보한다. 얇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센서를 붙이고 다시 유연한 폴리아미드를 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피부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축성과 충격 흡수성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인규 교수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실리콘을 평판 형태로 만드는 기술은 보편화됐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번 연구처럼 실리콘 복합재를 볼록하거나 반구 형태로 제작하면 로봇을 감싸는 다양한 형태의 피부를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엔 실제로 피부가 감각을 인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기임피던스영상법(EIT)이라는 의료 영상 장비와 연결했다. 손으로 눌렀을 때 복합재가 받고 있는 전류 차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미세한 압력의 강도 차나 범위까지 복합재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부가 촉각을 대신하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한 것이다.
상용화까지 최소 5년 더 기다려야
그동안 등장했던 다양한 촉각 센서의 문제 중 하나가 전기 배선이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워낙 많이 필요해 이를 정리하는 게 골칫덩이였다. 하지만 KAIST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은 복잡한 전기 배선이 필요 없다. 넓은 영역에 가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힘을 전기 배선 없이도 구분할 수 있다.
이 로봇 피부는 앞으로 컴퓨터 인터페이스나 로봇 외피로 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실용화하기까지 보완할 점도 많다. 현재 로봇 피부는 폴리머가 마모되거나 고무가 말라버려 6개월 정도 지나면 새로운 피부로 교체해야 한다.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형상의 피부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injection molding)도 더 개발돼야 한다. 또 납으로 땜질한 전극과 폴리머가 만나는 부분을 접합하는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
김정 교수는 “로봇 피부로 상용화하기 위해선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