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 옆 반의 동급생 구본재(19)군은 영주여고·영광여고 학생들과 함께 ‘고급물리’를 수강했다. 대영고가 운영하는 ‘공동교육 과정’ 중 하나다. 다른 학교 학생과 합쳐 5명 이상이 수강을 신청하면 공동교육 과정 수업이 만들어진다. 현재는 국제경제·응용수학·영미문학 등 대학 수준의 26개 수업이 개설돼 있다. 구군은 “교과서에선 물체 이동 속도를 구할 때 마찰 저항을 고려하지 않지만 이 수업에선 공기 마찰을 포함해 계산했다”며 “선생님의 도움 없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 토론해 계산법을 찾아낸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수능에 안 나와 일반고선 대부분 채택 안 해
상위권대 합격 쏟아진 영주 대영고
고급물리 등 직접 해보고 답 찾아
다른 학교와 공동 토론도 큰 힘
대영고는 2010년 교육부에 의해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실험연구 중심 수업이 도입됐고 2015년부터는 기본교육 과정에 더해 ‘심화형 과정’을 운영한다. 심화형 과정에는 고급수학Ⅰ·Ⅱ, 인류의 미래사회, 과제연구, 과학교양, 과학융합 등 6개 과목이 있다. 이들 수업은 교육부가 정한 정식 과목이지만 다른 일반고에선 대부분 선택하지 않는다. 수능 출제 범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김상희군은 “처음에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지 불만도 조금 있었지만 심화형 과정을 들을수록 기본 과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참여하는 창의적 학습 효과
대개 예체능이나 취미활동으로 채워지는 ‘창의적 체험활동’도 수업과 연계한다. 예컨대 국어 교과에선 인문학 기행, 과학 교과에선 사제 동행 천문캠프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진행한다. 인근 학교 학생들과 함께 듣는 공동교육 과정도 2~3학년 대부분이 신청한다. 물론 모두 교육부 지침 범위에서 이뤄진다. 전교생의 60%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도 장점이다.
강현석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참여하는 교육을 통해 학력을 높였다는 점이 모범 사례”며 “소수정예반을 꾸려 명문대 진학률만 높이는 방식보다 대영고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