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농한기를 이용해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활용하는 가평군의 ‘이색 수산업 실험’ 현장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되는 최초의 굴비 덕장이다.
농한기에 노는 땅 덕장으로 활용
5만여 마리 7억원 어치 말리는 중
바람 많고 일교차 커 최적의 조건
농민은 두 달간 200만원 임대 소득
내년엔 오징어·옥돔도 건조 계획
굴비 덕장은 수산물 도소매·유통업체인 ㈜PSK리테일 측이 가평군에 제안하면서 조성됐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겨울 가평군이 포도밭을 황태 덕장으로 시범 운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평군에 먼저 연락했다.
PSK 박상규(49) 대표는 “비가림 포도밭에서 건조하면 황사나 산성비 등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청정한 계곡 바람으로 수산물을 안전하게 건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굴비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덕장을 운영한 덕분에 소비처에 즉시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평 굴비 덕장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시식을 해본 결과 바닷가에서 말린 것에 못지 않게 쫄깃쫄깃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포도밭을 임대해 준 농민도 만족해 했다. 최봉옥(63)씨는 “농한기에 놀고 있는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60여 일간 빌려주고 2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주변 포도밭 주인들도 겨울철 덕장으로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내년 겨울부터는 가평 굴비 덕장 규모를 확대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덕장 인근에 가공시설도 만들기로 했다. 소금간 작업과 끈으로 굴비를 10마리씩 묶는 ‘엮거리 작업’을 하는 가공시설을 짓는다는 것이다.
오징어·코다리·옥돔 등도 가평 덕장으로 가져와 말릴 계획이다.
가평군도 앞으로 겨울철 포도밭 덕장 운영을 확대하고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이우인 가평군 기획감사실장은 “굴비 덕장 주변에 굴비 판매장과 굴비 전문음식점 등을 갖추고 덕장을 개방해 이색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농한기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임대하면서 겨울철 농토 활용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와 농한기 농촌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졌다”며 “향후 관련 수산물 가공 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기업까지 유치하게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