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같은 해 초 잡음이 일었던 ‘한강의 기적’이라는 연극이 겹쳐졌다. 작품은 정주영·이병철·박정희 등을 등장시키면서 근대화 과정을 조명하려 했다. 연출자는 보수 성향이었다. 공연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고 공공극장에서 박정희 찬양하는 연극을 올리냐”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개막 6일을 앞두고 대관을 취소했다.
문화 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접하면서 “국립단체가 박정희 미화 연극이라고 극장을 빌려주지도 않으면서, 박정희 비하 연극은 직접 제작까지 하는 게 정상인가” 싶었다. 직후 연극 ‘개구리’를 토대로 ‘박정희·박근혜 풍자냐 비하냐, 국립극단 연극 논란’이란 기사를 썼다. 몇 개월 뒤 문체부 공무원에게 “괜히 그런 걸 써서…. 에휴, 말도 말아요. (청와대한테) 완전히 찍혔어요”라는 하소연을 들었지만 무심히 넘겼다.
지난주 특검은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은 2013년 연극 ‘개구리’”라고 전했다. 만약 ‘개구리’가 공연되지 않았다면, 아니 보도라도 없었다면 블랙리스트는 작성되지 않았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시대착오적 공작정치에 젖은 정권이기에 무슨 이유를 찾아서라도 반대편의 주장과 사상을 입막음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구리’의 편향성과 완성도를 처음 지적한 기자로서 씁쓸함이 들었다. 무엇보다 언론의 건강한 문제 제기를 권력이 자기 입맛대로 악용할 경우, 언론은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최민우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