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길을 잃은 한 소년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25년 만에 집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그린다. 1986년 인도 중부의 부란푸르. 다섯 살 사루(써니 파와르)는 길을 잃어 집에서 1680㎞ 거리, 기차로 29시간이나 걸리는 서부 켈커타(현재의 콜카타)에 혼자 남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약 400㎞)를 두 번 왕복하고도 남을 거리에 다섯살배기가 홀로 떨어진 셈이다. 노숙 생활을 하던 사루는 결국 인도양 건너, 7600㎞ 떨어진 호주로 입양된다. 실제로 인도에선 매년 8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그 상당수가 아동 노동 시장으로 팔려간다. 영화 속 어린 사루도 그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갈 곳 잃은 어린이들이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된 채로 기차역을 배회하는 모습이 사루의 눈에 비친다. 과연 사루는 무사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5년 만에 가족 찾는 실화 ‘라이언’
미 언론 “반드시 눈물 흘리게 될 영화”
오해를 풀자면, ‘라이언’은 홍보용 영화가 아니다. 구글의 기술력과 주인공의 ‘클릭 질’만 쫓지 않는다. 영화는 되레 사루의 감정선을 담아내는 데 더 공을 쏟는다. 청년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모국어도 잊고, 어린 시절의 기억도 흐릿하지만,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구글어스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 열망이 그를 고향으로 이끈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인류의 삶만큼, 영화 속 풍경도 급속도로 바꿔 놓고 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스노든’(올리버 스톤 감독)은 국가의 불법 사이버 감시 행위를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 요원의 실화를 담았다. ‘스노든’이 첨단정보화사회의 공포를 그린다면, ‘라이언’은 첨단정보화사회에서 건질 수 있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다. 영화는 26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12일)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