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PGA 골프용품 쇼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왓슨을 만나 그의 골프 철학을 들어봤다. 그는 PGA투어에서 다섯 차례나 장타왕에 오른 ‘상남자’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좋아하는 색상은 핑크색이다. 왓슨의 골프 가방에 든 내용물도 온통 핑크 빛이었다. 드라이버 헤드는 물론 아이언 헤드에도 핑크색으로 ‘버바’를 새겨 넣었다. 클럽 샤프트와 퍼터 헤드도 핑크색이다.
한국산 컬러볼 쓰는 버바 왓슨
“집 어려워 초기엔 도움 많이 받아
핑크는 자선 상징, 골프공까지 바꿔
100만달러 모아 주니어 골퍼 지원”
왓슨이 핑크 마니아가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시골마을인 바그다주 출신인 왓슨은 어린 시절 가난했다. 농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농장 솔밭의 솔방울을 골프공 삼아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왓슨은 “가난했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 골퍼”라며 “대회에 나갈 경비가 없었지만 그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 때부터 자선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주는 것이 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 됐다. 핑크색은 자선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말했다.
왓슨은 201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버바 왓슨 재단’을 설립했다. 이글이나 버디를 잡을 때마다 100달러를, 핑크색 드라이버로 300야드를 넘길 때마다 300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왓슨은 “100만달러를 목표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아픈 아이들과 주니어 골퍼들을 돕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동료 선수인 리키 파울러, 벤 크레인, 헌터 메이헌(이상 미국)과 함께 만든 골프 보이스(Golf Boys)는 그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왓슨은 뮤직 비디오에서 가슴 털이 고스란히 드러난 멜빵 바지 하나만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가 하면,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나와 어린이들을 위한 랩송을 불렀다. 왓슨은 “골프는 경기 시간이 길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코스 안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왓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왓슨은 “골프 대회에 출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양한 두 아이와의 시간이다. 나보다 더 나은 아들, 아내보다 더 나은 딸을 키우는 것이 내 인생의 또 다른 목표”라고 했다.
올랜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