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사평
‘한겨울’ ‘굳은살 박힌 손’ ‘텅 빈 속’ ‘막노동’의 냉혹한 생존경쟁의 현실을 ‘불꽃’ ‘데워질까’ ‘곁불’ ‘새 이웃들’의 인간애와 ‘당첨’ ‘행운’이란 건강한 해학으로 받아들이며 마침내 ‘오늘은 어디로 가서 못을 힘껏 두드리나’라고 의지에 찬 희망을 노래함으로써 ‘복권’이라는 표제 속에 함축된 생의 가치가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전하는 역작이었다.
새벽 인력시장 고단한 삶
해학으로 밝게 그린 역작
차하에는 오서윤의 ‘며느리 야채 가게’를 선한다. 4수의 제법 긴 호흡으로 풀어낸 작품이지만 익살과 재미가 넉넉한 삶의 활기를 환기하는 탄탄한 역량를 엿보게 한다. ‘몸빼바지 며느리 싱싱해요 호객하고/ 떨이요! 고희 며느리 추임새 절창이다’.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바로 이 절창이 시절가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음미하게 하였다. 계속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박권숙·이종문(대표집필 박권숙)
초대시조
춥고 배고프지 않으면 시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시의 양식이다. 헐벗음과 외로움을 끼니로, 겨우 살고 쉬이 저무는 운명의 장르. 지난한 동지 무렵 어디쯤 이 시의 기운은 서려 있는 것일까. 동지 지나면 하루에 쌀 한 톨만큼씩 햇빛이 여물어간다고 한다. 쌀 한 톨의 몸 같은 시. 그 시어들을 영혼의 이랑에 파종하는 시인의 시간은 위태로워 보인다. 스스로 저물지 않으면 한 톨의 언어도 다신 얻을 수 없어, 세상의 시들은 어둠의 아궁이에 씨눈을 묻고 신새벽의 태동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한 줄 시’를 쓰는 시업이 아주 저물어버리면 그때는 세상도 아주 끝나버리려니, 근근이 연명하며 저물어가는 노래일망정 어찌 치명에 이를 것인가. 자본에 착취당하고 기계에 몰수당한 기록과 기억들이 여전히 태초의 시를 꿈꾸는 한, 시인은 열 ‘손가락을 구부’리며 뜨거운 원고지 앞으로, 당신만의 나라로 출근해도 좋으리라.
박명숙 시조시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전 응모자격을 줍니다. 우편(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또는 e메일(kim.soojoung@joongang.co.kr)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e메일로 응모할 때도 이름·연락처를 밝혀야 합니다. 02-751-5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