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김씨도 지난 21년가량 보험료를 부은 덕분에 지난해 3월 매월 58만원의 연금이 생겼다. 갑자기 연금이 두 개(남편 유족연금과 본인연금)가 된 것이다. 본인연금(58만원)이 많아서 그걸 선택하자 남편 유족연금은 20%(10만1000원)로 줄었다. 왜 남편 유족연금이 확 줄어드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나마 지난달 5만원가량 올라 불만이 다소 누그러졌을 뿐이다.
중복조정이란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연금이 생길 경우 연금을 깎는 제도다. 가장 많은 유형이 부부가 연금을 받다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다. 배우자가 숨지면 유족연금이 발생한다. 둘 중에서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내 연금’이 사라진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1만2320명이 본인연금을 날렸다.
배우자 연금의 30%로 올렸지만
고작 월 평균 2만6000원 늘어나
공무원·사학연금은 50% 지급
그동안 1만2320명 본인연금 포기
월 60만원도 못 받는 경우 많아
“생계 보장할 큰 틀의 개선 필요”
2015년 중복조정 된 국민연금 수령자의 84%가 월 연금이 60만원이 안 된다. 지난해 1인당 최저생계비(약 65만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중복조정이 약간 완화됐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박상현 비서관은 “두 개의 연금, 기초연금, 소득 등을 합해 65만원이 안 되면 국민연금 중복조정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제출돼 국회 보건복지위·연금특위에서 논의됐지만 없던 일이 됐다. 정부가 추가 재정을 이유로 반대해서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이번 유족연금 지급률 조정으로 인해 올해 118억원이 더 든다. 2018~2020년엔 446억원이 든다.
선진국도 연금 중복을 조정하기는 한다. 다만 독일·프랑스·영국·캐나다·핀란드 등은 두 연금을 더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에만 삭감한다. 정재욱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중복조정 요건을 완화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고 추가로 제도를 개선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제도 개선 효과가 미미해 별 의미가 없다”며 “중간 소득자가 24년 가입해도 연금이 60만원이 될까 말까 하기 때문에 현행 제도를 약간 손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더해 부부 기준으로 월 130만원을 보장할 수 있게 큰 틀의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