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중국산 중형 SUV ‘켄보600’이 공식 출시됐다. 이 차는 중국 본토 베이징(北京)에서 생산하고 국내에선 ‘중한자동차’가 수입을 전담한다. 인천광역시 학익동에서 열린 신차 출시회에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 직원들까지 참석했다. 당병모 중한자동차 부회장은 “올해 한국 판매 목표량은 3000대”라고 말했다. 북기은상기차는 중국 5대 완성차 업체로 꼽히는 북경자동차그룹(BAIC)의 수출전담 계열사다. 전면은 갤로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미쓰비씨 파제로, 뒷부분은 폴크스바겐과 비슷하다. 차량 내부 대시보드(계기판·속도계 등 운전할 때 꼭 필요한 장치와 스위치를 모아놓은 부분)는 쉐보레의 SUV 캡티바와 유사하다.
2000만원 가격으로 시장 흔들기 나서
완성차 시장의 샤오미 등장
대신 가격은 기본 사양이 1999만원, 풀옵션이 2099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체급의 투싼보다는 300만원가량, QM6보다는 800만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2150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비슷한 옵션의 차량은 쌍용차의 티볼리나 현대차 아반떼 정도다. 풀옵션을 기준으로 하면 이들 차량이 켄보600보다 오히려 비싸다.
이강수 중한차 대표는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의 풀옵션 중형 SUV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디젤에 거부감이 있는 고객도 넘어올 수 있는 상품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대우자동차에서 티코·다마스·라보 마케팅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중한차는 지난해에도 북경기차의 CK 미니트럭(1085만원)과 CK 미니밴(1140만원)을 들여와 한국GM의 라보·다마스가 독식했던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서울 마을버스도 중국산 등장
2013년 제주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선롱(Sunlong)의 25인승 버스 두에고는 2014년 550대가 판매되며 한때 국내 버스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전량 리콜조치를 받는 등 제작결함 문제가 발견됐지만, 최근 들어선 서울 시내에서도 두에고 버스가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올해는 우통(Yutong)버스가 내수 시장을 두드린다. 1993년에 설립된 우통버스는 연간 7만대 이상을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1위 버스전문 기업이다. 특히 전기·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버스를 2만6856대 판매했다. 2015년 기준 연간 매출 312억위안(약 5조3300억원), 영업이익 35억4000만위안(약 6000억원)을 올렸다. 우통버스와 수입계약을 채결한 한통버스코리아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아니라 직영 정비업소를 개설해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며 “중국 엔지니어들이 상주하고, 부품 역시 늦어도 48시간 내에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친환경차 육성정책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세를 거두고 있는 비야디는 지난해 6만1722대를 판매하며 테슬라(5만574대)를 제치고 친환경차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 비야디 전기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비야디는 버스뿐 아니라 전기 승용차 e6도 함께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美 수출 나섰던 포니의 성공 재현할 수도
디자인이나 내장재 품질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큰 차를 좋아하는 부분은 한국과 중국이 비슷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번쩍이는 중국식 크롬 장식이나 플라스틱 마감재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나파 가죽을 비롯한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는 국내 자동차의 실내 디자인 흐름과 사뭇 다르다.
당장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 있지만 성장성에 있어선 오히려 한국차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가 포니엑셀을 처음 수출할 때 미국에서도 현재 국내 시장에서의 중국차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1986년 미주 시장에 갓 진입한 현대(HYUNDAI)를 두고 경쟁업체들은 “싸면서 탈만한 차는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Hope You Understand Nothing‘s Drivable And Inexpensive)”고 조롱했다. 그랬던 현대차도 꾸준한 성능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높이면서 지금은 글로벌 톱5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과연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까라고 무시했던 중국 자동차가 어느덧 자국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정도로 부쩍 성장했다”며 “전기자동차·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국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