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은 더더욱 자신 있다. 반기문과 안철수가 보수·중도표를 갈라 먹으면서 내가 45~47%, 반기문이 30%, 안철수는 12% 선에 그칠 것이다. 반기문·안철수도 이를 뻔히 알면서도 서로 절대 기권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고령의 반기문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고, 안철수는 5년 뒤 대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을 완주해야 한다는 계산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선이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으로 끝나게 되는 이유다.
문재인, 연정 의지 행동으로 보여주고
안철수, 중도·보수 향해 메시지 던져야
③국민 생각=둘 다 착각이 심각하다. 문재인이 가장 앞서 있는 건 맞지만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당장 반기문이 ‘대선 전 개헌’을 공약하며 친문들이 가장 겁내온 ‘반문연대’ 구축에 시동을 걸었지 않나. 설혹 문재인이 집권해도 비토층이 워낙 강고한 데다 여소야대 국회 구도 탓에 일찌감치 식물정부가 될 우려가 크다. 지금 당장 개헌 요구에 호응하며 협치 의지를 몸으로 보이는 것만이 살길이다. 안철수의 착각은 더욱 심각하다. 반기문이 낙마하면 대선이 안철수·문재인의 2파전으로 좁혀질 것이란 믿음부터 환상이다. 안철수가 어떻게 보수를 대변할 수 있나. 사드에 반대하고 탄핵에 올인해 민주당보다 더 왼쪽으로 갔다는 얘기까지 듣고 있는 그대 아닌가.
반기문이 중도하차 하면, 유승민이건 황교안이건 보수의 적통을 자임하는 후보가 반드시 등판하게 돼 있다. 특히 위기감이 큰 전통 보수층은 황교안 같은 박근혜 아바타를 마구잡이로 밀며 대선전을 양극화하려 들 우려가 크다. 극우·극좌의 치킨게임에 안철수는 변방으로 밀려날 공산이 커진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제3당에 안착시키며 기세등등했던 안철수가 왜 이리 쪼그라들었는가? 자리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그가 의당 했어야 할 중도 행보는 지금 안희정이 하고 있다. 안희정은 퍼주기 복지에 반대했고 사드를 확실히 받아들였으며 “탄핵이 기각돼도 혁명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보수층에서 “안희정이 민주당만 아니라면 찍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의 변신이 시급하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지지율을 잡겠다고 호남 순례나 할 때가 아니다. 좌표부터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중도와 합리적 보수의 믿음을 살 메시지부터 던져라. ‘철수 콘서트’ 시즌 2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