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치매 예방 공부 … 도서관은 노인 사랑방

중앙일보

입력 2017.01.25 01:16

수정 2017.01.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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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영화 감상을 위해 강원 동해시 동회동 북삼도서관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 [사진 북삼도서관]

강원도 동해시 동회동에 사는 우인근(78)씨는 매주 월요일 집 근처 북삼도서관을 찾는다.

동해시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에서는 월요일 오후 2시부터 노인들에게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우씨는 지난 23일 독립운동가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를, 16일엔 엄정화와 송승헌 주연의 ‘미쓰 와이프’를 관람했다.

동해 북삼, 매주 노인 대상 영화 상영
속초시립, 치매극복 도서 코너 마련
음성 감곡 등 대형 활자 책들 비치도

도서관에는 70~80대 노인 20~30명이 매주 찾고 있다. 우씨는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도서관은 여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말했다. 북삼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영화 30여 편을 상영했다. 이규원 북삼도서관 주무관은 “영화상영 등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에 활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도서관도 변화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가 하면 각종 편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정보 나루에 따르면 전국 484개 도서관에 등록된 60대 이상 회원은 55만5333명이다.

속초시립도서관의 치매도서코너. [사진 속초시립도서관]

속초시립도서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치매도서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에 200여 권의 치매관련 도서를 비치했다. 그러자 60~70대 노년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날마다 20명 이상이 찾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중앙도서관 1층에도 ‘치매극복 도서코너’가 설치됐다. 이 코너에는 치매의 원인과 증상, 치료, 간병 등 치매극복 관련 도서 158권이 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 등을 위해 큰 글씨 도서(대활자본)코너를 만든 도서관도 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도서관은 지난해 9월 대활자본 18권을 비치했다. 한국도서관협회에서 기증받은 책으로 글씨 크기가 일반도서의 두 배 이상 큰 포인트로 인쇄돼 노인들이나 저시력자들도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감곡도서관은 노인을 위한 확대경 4개와 전용 휴식공간까지 마련했다.


태백시립도서관은 올해 200여 권의 대활자본책을 구입할 계획이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41권의 대활자본책이 있다.

옥천군민도서관도 지난해 11월 큰 글자 책 20권을 들여놨다. 성석제 작가의『투명인간』등 화제가 됐던 소설이나 자기계발 도서다. 또 이 도서관 옥천평생학습원에서는 스마트폰 바로알기, 팝송 영어교실, 바둑 등 24개 강좌가 운영된다. 정승진 옥천군민도서관 운영팀장은 “수강생 500명 중 150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들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활자본으로 166권의 책이 제작돼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됐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