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대현동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꿈’(26일 개봉, 김대현 감독) 시사회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1950년대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탄생기를 다룬 영화 속 멤버 김민자(76)씨가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고모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을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남편이자 헝가리 유명 재즈 뮤지션인 토미 빅(79)의 비브라폰 연주가 더해져 동서양의 리듬이 한데 어우러졌다.
멤버 김민자씨 다큐 개봉 앞두고 방한
그 시절 미국 무대 주름잡은 스타
‘에드 설리반 쇼’에 22회나 출연
“전 세계 누비는 후배 가수들 대견”
“처음엔 연습하기 싫어했죠.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은데 영어 음반을 틀어주며 외우라고 하니까. 그래서 고모가 뒤에 바나나를 두고는 노래를 다 부르는 사람만 하나씩 나눠줬어요. 그걸 먹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시사회에 앞서 만난 김씨는 53년 미 8군에서의 첫 무대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너무 긴장해서 한곳만 뚫어지게 봤더니 눈이 모여서 사팔뜨기 같다고 얼굴 좀 풀고 웃으라고 혼났죠. 하하.”
당초 3개월 계약으로 시작한 이들의 미국 활동은 1973년까지 14년간 계속됐다. ‘에드 설리반 쇼’에 22회나 출연하며 가는 곳마다 높은 인기를 구사했다. 요즘 걸그룹처럼 ‘연애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남편을 만난 것도 바로 여기서였다. “매년 새로운 악기를 선보였는데 제가 같은 호텔에서 공연하던 남편에게 비브라폰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사랑에 빠진 거죠.”
67년 김씨를 시작으로 차례로 결혼을 하고 지금은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56년 헝가리 혁명 때문에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토미 빅과 만난 김씨는 이제 헝가리에서 함께 무대에 선다. “일렉트로닉 음악 일색이 되면서 미국에선 설 자리가 좁아졌지만 헝가리는 여전히 재즈를 좋아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요. 특정 가수를 알진 못하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가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