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 박 대통령이 지시”

중앙일보

입력 2017.01.21 03:00

수정 2017.01.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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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세월호 참사 발생 약 한 달 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이 청구한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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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문화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취지의 문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와 관련한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억제하고, 반정부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수사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시를 받은 김 전 실장은 청와대 각 수석실에 이를 하달했고, 이어 한 달 뒤인 2014년 6월 청와대로 온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과 신동철(56) 정무비서관이 이 리스트를 주도적으로 관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이 된 이후 블랙리스트가 문화계에 적용되는 과정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춘·조윤선 영장에 적시
“김, 청와대 각 수석실 하달
조, 정무수석 임명돼 관리”

영장 청구서에는 정부가 지원해 준 인사들의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보수 인사를 우대하면서 ‘블랙리스트’로 진보 성향 인물들을 ‘찍어냈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또 ‘헌법 위반’ ‘언론 및 사상의 자유 침해’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혐의를 부인했다고 특검팀은 전했다. 이들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황갈색 수의를 입고 6㎡(약 2평) 독방에서 대기했다. 현직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