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이 된 버락 오바마의 2009년 취임 연설이 그랬다. 그의 취임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였다. 금융위기를 겪은 국민에게 극복의 자신감과 재건의 희망, 통합 의지를 심어줬다. “우리는 해냈다(Yes, We Did)”라는 강렬한 한 문장을 남긴 지난 10일의 고별 연설도 8년 전 취임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에게 다시 한번 희망과 화합을 당부한 것이다.
기억에 남는 미국 대통령 취임사
2009년 오바마 “우리는 할 수 있다”
74년 취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취임사도 손꼽히는 명연설이다. 부통령이었던 그는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자 선거 없이 대통령이 됐다. 심지어 취임 연설도 의사당 앞이 아니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했다. 주목받는 정치인도, 탁월한 웅변가도 아니었지만 그는 이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잡았다. “나는 이 막중한 책임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멈출 수도, 후퇴할 수도 없다. 다 함께 전진해야 한다. 이 나라의 악몽은 끝났다.” 그의 연설은 ‘우연히’ 대통령이 된 데 대한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히면서, 최악의 스캔들로 낙담한 국민을 위로하고 단합을 호소하는 명연설이었다.
취임사는 정권의 정책 방향을 가늠케도 한다. 로널드 레이건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을 겪던 81년 취임했다. 레이건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경제였다.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다”는 그의 취임사는 정부 역할을 줄이고, 시장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레이거노믹스’를 예측 가능케 했다.
조지 W 부시도 취임사를 통해 달라질 미국의 대외정책을 예고했다. ‘강한 미국’을 내세운 그는 “이 나라의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부시 정권하에선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초강경 대외정책을 주도하며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침공 등을 실행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