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헌재는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이날 다른 재판에서보다 더 명확하게 탄핵심판의 심리 원칙을 밝혔다.
법조계 “탄핵 소추 사유 많아”
“영장은 구속 필요성 판단할 뿐
헌재의 탄핵 심판과 상관 없어”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이나 최순실씨 등에 대한 재판 내용을 헌재의 탄핵심판과 결부시켜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헌재 “대통령 범죄 심판하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헌재의 탄핵심판은 (한 개인의) 범죄 여부를 가리는 형사재판과 다르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등에 대한 혐의와 그에 대한 수사, 형사재판 등이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영장 기각은 최순실씨에게 삼성의 돈이 전달된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구속할 필요가 있느냐를 판단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일원 재판관은 ‘진실 발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혀 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원본(17권)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직접 확인한 수첩 사본만 증거로 받아들였다.
“안종범 수첩 통해 확보된 사실은 증거 인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외에도 헌재가 심리 중인 탄핵 사유가 4개 더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헌법·법률 위반 사항 13가지이고 헌재는 이를 5개 쟁점으로 분류해 심리 중이다. 5개 쟁점은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형사법 위반 등이다.
정주백 교수는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여러 소추 사유 중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일이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뇌물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재판부가 좀 더 세심히 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정진우·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