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쓸어담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과언은 아니다. 이달 2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1조163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가 팔아치운 1조1659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개미 투자자 역시 1196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의 빈 자리를 외국인이 메운 것이다.
미 물가상승 기대감에 자금 유입
작년 4분기 매수액 벌써 추월
포스코·LG화학 등 많이 사들여
장세 불투명…추격매수 신중해야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실질금리가 트럼프 당선 직후보다 낮아진데다 앞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 투자자가 환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에 돈을 넣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 하락) 시기에는 환율 차이를 이용한 이익을 낼 여지가 줄어들어 국내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관계없이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주식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가 우호적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주식을 사들였을까. 한마디로 ‘경기에 민감한 가치주’로 요약된다. 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철강업체 포스코로 순매수액이 1474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도 1266억원어치나 매수했다. 업종별로 은행, 증권, 화학, 철강, 기계, 운수장비, 생활용품 등이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 수익률도 좋았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업종은 코스피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추격 매수는 독이 될 수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 경기 회복을 보여주는 실물지표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며 “역대 가장 직설적인 새 미국 대통령이 자리를 잡는 1분기엔 변동성 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