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수행인문학연구소 음성과학-심리언어 실험실)으로 재직 중인 국내 심리학자의 입양인 언어 관련 연구 논문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왕립학회지(http://rsos.royalsocietypublishing.org)에 실렸다.
영국왕립학회지 논문 실린 최지연
해외 입양된 한국 출신 29명 조사
외국인보다 한국어 훨씬 쉽게 습득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인들 중에서도 한국어에 노출되지 않은 분들을 찾아야했기에 피실험자 모집부터 애를 먹었다”며 “수소문 끝에 모집한 이들이 네덜란드 전역에 흩어져 있어 2년 동안 기차를 타고 방방곡곡 돌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쉬는 날도 없이 무거운 실험장비를 들고 기차에 오르는 그의 열정에 동료 연구원들은 “너 정말 미쳤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 연구원은 “적당히 하라고 농담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연구를 떠나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경험 자체가 참 고맙고 소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만난 분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면서도 한국이란 나라에는 관심이 많았다”며 “입양인에게 실질적으로 고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가 거둔 성과는 18일 영국 BBC에 ‘아기들은 모국어를 기억한다’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보도됐다. 인간의 언어 습득과정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어서다. 그는 “영유아 말소리 습득에 대한 연구는 주로 영어권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어를 쓰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확장해보고 싶다”며 “다문화 가정 아동들의 언어 발달에도 관심이 많아, 이 분야도 공부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