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은, 목포의 주먹깨나 쓰는 고등학생에서 서울대 법대 입학, 사법시험 패스를 거쳐 정치 검사로 승승장구해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보는 주인공 박태수(조인성)의 20년 넘는 일대기다. 그 사이 전두환 정권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까지 최근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끼어든다. 쾌속정처럼 질주하는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말이 던지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메시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 태수를 영입한 한강식(정우성) 검사 패거리가 조직 폭력배와 결탁해 한국 사회를 주무르는 이야기다. 여느 범죄영화와 달리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하다.
- “그 점이 새롭다고 느꼈다. 태수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욕망이 끝까지 시원하게 내달리는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과 스타일, 극의 속도로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 현 시국에서 볼 때 정치 검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영화적’인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데.
- “지난해 초부터 여름까지 이 영화를 촬영할 때만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풍자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 현실이 돼 버렸다. 결국 이 영화는 ‘당신이라면 태수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래를 위해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지금의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그 물음이 한층 더 무겁게 다가왔다.”
- 태수는 점점 더 큰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정치 검사가 된다.
- “극 전체가 그 욕망에 따른 선택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그 처음을 돌이키면, ‘세상의 왕이 되겠다’는 거창한 욕심보다, 우리 모두 공감할 만한 평범한 욕망에서 출발한 것이라 느꼈다. 내 가족을 위하고, 지금의 처지보다 좋은 상황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 모두가 지닌 것 아닌가. 그 점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 이전보다 훨씬 힘을 뺀 연기를 선보이는데.
- “내 연기가 과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버리고 덜어내려 노력했다. 군더더기를 빼고 빼서 알짜만 관객 앞에 툭 던져 놓는 연기. 그런 내 연기로 상대 배우, 나아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그들이 극에 더욱 몰입하게 하고 싶었다.”
- 지금의 당신을 만든 첫 욕망은 무엇인가.
- “연기를 시작한 건, 솔직히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시선이 좋았고, 인기를 얻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보니, 이 바닥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느낀 게 TV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 SBS)의 방황하는 ‘금수저’ 정재민을 연기하면서부터다.”
- 연기가 뭔지 이제 좀 알 것 같나.
- “산 넘어 산이다. 문턱 하나를 넘었나 싶으면, 귀신같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새로 등장한다. 그들을 보며 나 스스로를 다잡을 때가 많다. 특히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그건 대중이 평가하는 거다. ‘내가 그 꿈을 위해 이렇게 살았는데 사람들이 왜 몰라주지’ 생각하면 밤에 잠 못 잔다(웃음). 나로서는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산다’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흔들리는 나를 붙잡으며 가는 수밖에. 내 삶에서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지만, 그렇다고 그걸 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