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오십니까.” 16일 오후 서울 성북로 31길 리홀(Rheehall) 아트갤러리에 들어서는 이태호 교수를 리우식(65) 대표가 반갑게 맞았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3인 컬렉션전
윤용이·유홍준·이태호 석좌교수
“홀대 받지만 미술사 바탕 된 것들
원고료 아껴 일부러 찾아가 구입”
제자 갤러리 개관전에 애장품 내놔
뒤이어 도착한 유홍준 교수는 “30년 전 50만 원에 산 질그릇이 지금은 30만 원에 팔리니 이러고도 우리 미술품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관람객에게 되물었다. 유 교수는 “미술사가와 수집가에게 무시당하지만 한국미술사의 바탕을 이루는 이들을 재평가하고 보완하려 외상을 지더라도 오기로 더 샀다”고 회고했다. 흔히 토기(土器)라 부르는 질그릇은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생활 민예품이지만 청자나 백자에 비해 헐값에 저평가 돼왔다는 것이다. 경매에 나오면 부장품 아니냐는 편견까지 받으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윤용이 교수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1만 년의 긴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그릇에 흐르는 단순함과 고요함에 대한 요구가 질그릇의 전통 속에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교수는 “작가의 서명이 없는 무낙관(無落款) 그림은 솜씨가 좋고 격이 높아도 홀대받아왔다”며 이 비어있는 회화사의 한 귀퉁이를 채워 넣기 위해 일부러 더 찾아다녔다고 털어놨다. 낙관 전통이 조선 중·후기부터 자리 잡은데다 직업화가가 아닌 문인화가는 취미로 그린 것이라 굳이 이름을 써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회화성이 빼어난 무낙관 그림의 발견은 흙에서 옥을 고르는 일만큼 즐겁다”면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품목이라고 조언했다. 적은 돈으로 자신의 취향을 키워가며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세 석좌교수는 “공부를 위해 한 점 두 점 샀지만 전시장 조명등 밑에 잘 모아놓으니 제법 근사해 보인다”며 이게 컬렉션의 묘미라고 입을 모았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