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심사 강화
은퇴를 앞둔 회사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이런 말, 앞으론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쉽게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과밀업종·지역 리스크 관리
금리 높이거나 한도 축소
소비 침체로 연체 증가 우려
임대용 집 구입도 대출 제한
“창업시장 되레 위축” 의견도
15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줄 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를 참고하도록 여신심사 모형을 상반기 중 개편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대출할 때 차주의 연체이력이나 연간 매출액 등만 이용해 대출심사를 한다. 앞으로는 ‘소상공인 전용 심사모형’에 따라 창업예정자가 가게를 내는 상권이 어딘지, 업종의 과밀도는 어떤지를 판단해 대출 조건에 반영할 방침이다. 과밀 지역이나 업종에 창업하려고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대출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새로 마련될 소상공인 심사 모형에 따르면 같은 프랜차이즈 치킨 집이더라도 태평로1가에 내면 삼성1동에 차릴 때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게 책정된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희망 지역 인근에 동종업종이 이미 다수 영업 중이면 은행이 다른 지역에서 창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컨설팅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창업컨설팅업체 FC전략연구소의 김중민 소장은 “빅데이터로 산출된 수치만 가지고 창업 적합성을 판단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칫 자영업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의 성공 여부는 목이 좋으냐 아니냐 못지않게 개인의 자질과 준비 정도 같은 정성적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 임대수익용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것도 예전보다 까다로울 전망이다. 금융위가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도 ‘부분 분할상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부동산 임대업자의 사업자대출이 지난해 3분기 기준 21.6% 증가하는 등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어서다.
그동안 일반 개인이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땐 처음부터 원금을 나눠 갚는 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됐다. 지난해 2월 은행권에서 시행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다. 하지만 사업자대출엔 이러한 제한이 없었다. 금융위는 부동산 임대업자가 부동산을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받으면 매년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상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35%(전국 평균)다. 부분 분할상환 적용 시 원금의 3.33%를 매년 갚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 수익률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대출금리까지 감안하면 대출을 받아 임대사업에 나섰을 때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이 확 줄게 되는 셈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