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경제 좌클릭은 표심과 촛불민심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기업 활동이 크게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 경영권 방어 수단이 외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재벌 개혁 만 강조하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기업가정신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려면 합리적인 규제개혁도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논의가 지난 대선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성장담론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에선 디나 파월 골드만삭스 재단 이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기업가정신 확산을 담당하는 백악관 선임고문(신설)으로 지명됐다.
노동이사제, 부당이득 환수…지난 대선보다 수위 높아져
법인세 인상, 공정위 고발권 폐지 등
빠르면 2월 임시국회서 입법 논의
야권선 근로자 경영 참여 등 연일 강경책 쏟아내
반기문 가세, 안철수·유승민도 핵심공약으로 준비
“일자리·성장 비전 없어…국내기업 역차별 우려도”
하지만 이번에는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재벌 개혁에 소극적이던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일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의회 지형이 변했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8석)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30석)까지 논의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 ‘재벌 개혁’을 명시할 예정이다. 반 전 총장까지 재벌 개혁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일부 탈당해 가세하면 300명 의원 중 200명을 훌쩍 넘는 의원이 직간접으로 재벌 개혁에 찬성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재벌 문제와 맞물려 거론돼 온 법인세 인상이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1차적 입법 대상으로 꼽힌다.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반 전 총장이나 문 전 대표는 모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연대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기내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한 뒤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도 자신의 재벌 개혁안 속에 김 전 대표가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시켰다.
소득 양극화, 청년실업, 장기침체 등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불만과 불안감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제12차 주말 촛불집회의 초점도 재벌 개혁이다.
허진·홍상지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