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사면된 날 안종범에게 감사 문자

중앙일보

입력 2017.01.14 01:25

수정 2017.01.1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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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가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SK·LG 등 일부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전후로 안 전 수석에게 총수들의 사면을 부탁한 정황이 공개됐다. [뉴시스]

SK·LG 등 일부 대기업 임원들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총수들의 사면과 관련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검찰이 재판에서 공개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이 기업 현안을 확인하고 기업 임원들이 사면을 부탁한 내용”이라며 안 전 수석이 받은 문자메시지를 법정 스크린에 띄웠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지난 2015년 8월 13일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부터 “하늘 같은 이 은혜 잊지 않고 산업 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 살리기를 주도할 것이다.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3일 오전 11시 사면을 공식 발표했다. SK는 최 회장이 2015년 10월과 이듬해 1월에 각각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 SK그룹 PR실장이 “조선일보 수뇌부와 만났는데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톤의 사설을 게재해 주기로 했다. 한 번 살펴봐 달라”고 보낸 문자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사면 확정 사실을 당일 전해 듣고 감사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최순실, 지주사 인투리스 세워
미르·K스포츠재단 사유화 계획”

이와 함께 검찰은 LG 대표이사가 2016년 7월 26일 안 전 수석에게 “구본상 부회장이 95% 이상 복역을 마친 상황이다. 8·15 특별사면 대상 후보로 포함된 것으로 아는데, 모든 배상도 했고 깊은 반성도 하고 사회 공헌까지 했음에도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2012년에 구속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구 회장은 사면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LG는 두 재단에 78억원을 출연했다. LG 관계자는 “재단 출연은 2015년에 결정된 일이고 문자는 지난해 보내진 것”이라며 “재단 출연도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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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지주회사를 만들어 재단을 사유화하고 이권을 챙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인투리스(고대 영어로 liss는 ‘행복’을 뜻함)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가 계열사로, 최씨는 회장으로 돼 있다. 재단을 사유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최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자료”라고 주장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