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 뉴욕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아시아나항공편에 동승한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교체를 위한 전략과 구상의 일부를 드러냈다. 먼저 그는 자신을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부산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및 재벌 개혁 문제에 있어 여야를 넘나드는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만약 (일본이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거출한) 10억 엔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돈을 돌려줘야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녀상과 10억 엔을 연계한 이면합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10억 엔 반환을 요구하는 야권 인사들의 주장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었다.
어제 귀국, 대선출마 뜻 밝혀
“재벌 영향 커서 개혁 불가피
김종인·손학규·안철수 만나
통합 위한 실질적 대화할 것”
야당 검증공세에 험로 예고
조기대선 땐 시간이 최대 변수
반 전 총장은 “김종인·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만나서 실질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나를 지탱해 줄 정당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국민 통합과 사회·경제적 대타협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같이 일할 용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바른정당 후보로 나설 생각은 안 해 봤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은 기존 정당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46년 외교관 생활을 끝내고 정치 신인으로 새 출발 하는 그의 앞길은 민주당의 검증공세 등으로 인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반 전 총장이 국민 경청 행보를 마치는 설 연휴(1월 30일)까지 앞으로 2주 동안 집권 비전을 제대로 제시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정반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2월 위기설’도 여의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당장 반 전 총장의 소녀상 발언과 관련,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 같다”며 “ 중요한 것은 12·28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불과 3~4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반 전 총장에겐 시간이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서울=이상렬 특파원, 정효식 기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