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는 미국 및 중국과는 사드와 미사일방어망(MD) 참가 문제로,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 합의의 이행 문제로 주변 3강의 십자포화에 갇혀 있다. 김관진은 출구를 찾아 헤매는 3강외교에 큰 타격을 주는 발길질을 했다. 사드가 자주권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주권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중국을 무시하고 미국하고만 안보의 길을 동행하는 것은 우리에게 절실한 총체적인 안보의 개념에 역행한다. 한국 안보가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도 한국의 총체적 안보에 무시 못할 요소다.
사드는 최대한 애매모호성 갖고
다음 정부의 설득과제로 넘겨야
그런 구도에 재를 뿌린 김관진
야당은 사드와 위안부 문제에
포퓰리즘적 선동 자제하고
현 안보팀도 차라리 가만 있어라
트럼프가 중국 견제를 아시아정책의 축으로 삼는 것은 경제와 군사 두 가지 이유에서다. 보호무역주의자 트럼프는 미국의 만성적인 대중국 무역적자를 시정하려고 한다. 2016년 미국은 대중교역에서 3200억 달러(약 378조원)의 적자를 봤다. 트럼프는 중국 정부의 환율조작으로 위안화가 저평가되는 것이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인식한다.
군사·안보전략은 첫째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군력 확장을 견제하고, 둘째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중국 포위망의 동북아쪽 마지막 고리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서태평양의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드 배치로 한국이 미·일 간에 구축된 MD에 편입되는 데 대한 경계심에서다.
이미 축 늘어진 한국 외교의 어깨 위에 또 하나 무거운 짐으로 떨어진 것이 한·일 위안부 갈등의 재발이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말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그 합의는 즉각 피해 할머니들과 촛불민심에 편승한 야당의 반대와,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무시한 정부 간 합의라는 국제인권단체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부닥쳤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또 하나의 위안부 소녀상이 선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아베 정부는 주한 대사 소환, 통화스와프 연장협상의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과 일본은 한국에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처하는 한·미·일 3국 합동군사연습을 제안했지만 한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런 결정은 연일 북한의 위협을 선전하는 정부 태도와 상충한다.
한국 외교의 앞길이 캄캄해 보인다. 그러나 만물은 유전(流轉)한다(헤라클레이토스). 불변인 것은 없다. 출구를 찾아야 한다. 미국 상대로는 트럼프의 장사꾼 본능을 활용할 여지가 보인다. 트럼프가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와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을 만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당은 사드와 위안부 문제에 포퓰리즘적 선동을 자제하라. 식물정부의 안보팀은 외교를 방해하지 말고 차라리 복지부동하라. 중국과의 사드 갈등은 다음 정부가 MD 체제 편입을 협상카드로 돌파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영희 칼럼니스트·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