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83세 김병국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기초연금 20만4010원에 취로사업 수입 15만원을 더해 월 35만여원으로 한 달을 산다. 주 수입원이 기초연금인데 “매해 제자리걸음이어서 사는 게 계속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는 “이걸로 방세 25만원을 내고 나면 죽지 못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915만명이 받는 국민·기초연금 등
물가상승률에 연동해서 올라
생필품값 더 뛴 현실 반영 못해
연금 실질가치는 깎이는 셈
“물가지수 산정 방식 바꾸거나
연금, 임금상승률과 연동 고려를”
경남 진주시 연금 수령자 박모(69)씨 가족은 “계란은 말할 것도 없고 무·당근·양배추 등 생필품 구입비가 연금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4년 도입한 기초연금도 국민연금처럼 물가에 연동된다. 2008~2013년 기초노령연금일 때는 전체 가입자 3년치 평균소득 증가율에 맞췄다. 그런데 물가 상승이 미미하게 집계되자 2014~2017년에 걸쳐 모두 603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올 4월엔 2040원 오른다.
장애인연금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가다 보니 장애인들의 삶이 여전히 팍팍하다. 한 뇌전증 환자(28)는 월 28만4010원(부가급여 포함)의 장애인연금을 받는다. 올 4월 28만6050원으로 2040원 오른다. 그는 “3만원 올린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물가가 비싸지는데 연금 인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경기가 안 좋아 아버지 막노동 일거리가 없다. 엄마에게 옷을 사 주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법률에서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도록 규정돼 있어 통계청 물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의 실질 가치를 보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연금이 물가 상승에 맞춰 오른다 해도 구매력이나 경제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연금의 실질 가치를 까먹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연금의 실질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 중 어느 것에 맞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의 박상현 비서관은 “물가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오면 연금이 인상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공식 물가상승률이 체감물가 상승률과 비슷해지도록 물가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추인영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