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이 이토록 트럼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왜일까.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유명인이 공개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미국의 오랜 전통에 기댄 바가 크다. 여기에 할리우드의 ‘매카시즘 트라우마’도 한몫했다. 1950년대 ‘매카시즘(반공주의 마녀사냥, 이를 주도한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 J.R.매카시의 이름에서 따온 말)’ 광풍이 불 때 할리우드는 실력 있는 감독과 작가·배우들이 줄줄이 낙인 찍혀 퇴출당하는 상처를 입었다.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것이 퇴출 이유였다. 당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활동하지 못했던 작가들이 익명으로 쓴 시나리오가 워낙 훌륭해서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아예 ‘손꼽히는 시나리오’를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매카시즘 트라우마’는 큰 아픔이었지만, 할리우드가 쇄신하고 성찰하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런 할리우드에 트럼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선동적인 언행과 공공연한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는 그의 스타일이 매카시즘과 여러모로 비슷해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매카시즘이 곧 ‘트럼피즘’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며 “트럼프는 과장이나 자아도취 등에서 매카시와 비슷한 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문화파워를 지닌 스타들은 개인의 이해와 관계없이 인권·평화와 같은 가치를 위해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주요 제작자들은 개인적으로는 스트립을 지지하면서도, 업계 이익 때문에 공개적인 응원은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