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귀국을 앞둔 반기문(사진) 전 유엔 사무총장과 참모들 사이에서 소위 ‘3불(不)’로 통하는 금기사항이다. 참모들뿐 아니라 반 전 총장 스스로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에 이런 각오를 밝히고 있다고 최근 그를 면담한 인사들이 10일 전했다.
참모·지인에게 기회 날 때마다 밝혀
“애초부터 친박 도움받을 생각 없어
최순실 사건 뒤 등돌렸다니 모욕감
외교관 뒤로 물리고 전문가 캠프로
충청 후보로 비치는 것 원치 않아”
반 전 총장은 “애초부터 난 친박계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의 정상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이 지인에게 설명했다. 자신을 배신자나 기회주의자로 보는 친박계 핵심들에 대한 반 전 총장의 반감이 “모욕감을 느낀다”고 표현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소위 ‘외교관 득세론’에 대한 해명도 했다. 그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외교관들만 주변에 둘까 봐 가장 걱정하더라”며 “내가 그 우려를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의 귀국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김숙·오준 전 유엔대사나 김봉현 전 호주대사 외에도 그의 선배·동료 외교관이 주도하는 지원조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데 정작 반 전 총장 본인은 “외교관 출신은 뒤로 물리고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앞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숙 전 대사처럼 캠프를 총괄할 측근 몇 사람을 뺀 나머지 외교관 출신들은 캠프 핵심에선 결국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충청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부각돼선 안 된다”는 데엔 반 전 총장뿐만 아니라 그를 지지하는 충청 지역 의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뉴욕을 방문해 반 전 총장을 만났던 새누리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충청도 후보로 비치면 안 된다고 반 전 총장에게 건의를 했고, 반 전 총장도 이미 같은 생각이더라”고 말했다. 역시 반 전 총장을 만나고 돌아온 충청 출신의 정진석 의원도 최근엔 “우리는 뒤로 물러나 있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에도 3불 원칙에 충실한 기조를 이어갈 경우 외교관 숫자를 최소화하고 전문가들 중심의 캠프를 꾸린 뒤 친박계 핵심이나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면서 충청의 보스가 아닌 중도·보수 세력의 리더임을 부각하는 행보가 예상된다.
내일 귀국, 거제 조선소 등 방문 추진
서승욱·박유미 기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