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달라진다. 파견이나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맡고 있는 직종과 업무까지 공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으로 고용형태공시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하고 3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A사의 하도급 인력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외국산이나 특수설비를 관리 또는 보존하는 업무를 맡은 장비업체 소속 근로자가 많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OO장비 담당 정비공 OO명, 운용 OO명 ’ 등의 방식으로 공표해야 한다. 사실상 어떤 장비를 쓰는지, 관리에 얼마나 투입되는지가 낱낱이 공개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품의 특성상 장비 관리 인원만 봐도 어떤 형태로 공정이 이뤄지는지 추정이 가능하다”며 인력 운용 전략의 노출을 우려했다. 회사는 하도급과 파견인력의 직접고용(정규직화)에 대한 여론 압박도 거세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고용형태공시제 개정 예고
2년 이상 같은 업무 여부 파악
인력 운용 현황 세세히 밝혀야
재계 “정규직 전환 압박” 반발
노동계 “기업 편법 없앨 계기”
정부는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로 ‘자율적인 고용 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론 압박을 통한 비정규직 규모 축소를 노리겠다는 얘기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시행 중인 제도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정부 구상대로 시행하면 인력 운용의 탄력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세계 각국의 흐름과 정반대 조치”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하도급업체를 활용하되 대기업과 공동 생산·기술개발을 통해 하도급업체를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은 대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생산 공정을 플랫폼화하고 중소기업을 생산 공정에 참여시킨다. 이를 통해 전문화된 강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인더스트리 4.0’을 시행 중이다. 프랑스 MIDEST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유럽연합(EU) 15개 주요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사내 하도급업체는 27만 개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한 매출액은 168조원이었다. 실제로 BMW라이프치히 공장은 전체 인력의 57%가 사내도급이거나 파견직이다. 일본 조선업계도 67.2%가 사내도급이다. 유니클로는 해외 매장 전체를 사내도급업체로만 운영한다.
노동계는 반기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편법 인력 운용을 낱낱이 밝힐 수 있게 됐다”며 “이젠 기업 스스로 상시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는 풍토로 바꿔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근로자=회사가 근무기간을 정하고 직접 채용한 근로자.
◆파견근로자=파견회사에 소속된 근로자. 파견회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회사에 파견돼 일한다.
◆사내하도급 근로자=하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로 도급계약을 맺은 원청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파견근로자=파견회사에 소속된 근로자. 파견회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회사에 파견돼 일한다.
◆사내하도급 근로자=하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로 도급계약을 맺은 원청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