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승강기를 제조하는 B사도 “지난해 수출이 40%나 줄었다. 직원을 새로 뽑기는커녕 기존 인력도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국 성장 둔화, 국정 혼란에 불안
1분기 BSI, 1998년 75보다 낮아
백화점 매출 -2.8%, 유통도 빙하기
“저성장 시대, 경영 패러다임 바꿔야”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지난 분기에 비해 어떨 것 같은지를 묻는 상대적 조사라 수치만 보고 지금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 때만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당시 못지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악화된 이유는 대내외적 여건이 모두 나빠서다. 기업들은 이번 조사에서 대외적 요인으로는 ▶중국 성장률 둔화(42.4%)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32.3%)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28.4%)를 들었다. 국내 악재로는 ▶국내 정치 갈등에 따른 사회혼란(40%) ▶자금조달 어려움(39.2%) ▶기업 관련 규제(31.6%)를 많이 꼽았다.
실제 기업 실적도 설문조사만큼이나 좋지 않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면서 2010년 18.5%였던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3%까지 떨어졌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시장 경기 침체, 중국의 성장률 둔화 때문에 한국 기업이 안팎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암울한 전망에 따라 기업 새해 경영방침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한 기업이 65.1%로 가장 많았고, 채용은 줄이거나 지난해 수준(49.6%)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에서 기업은 올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소비심리 회복’(55.7%)을 꼽았다.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0~12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12월 기준 94.2로 7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유통업계에선 이미 ‘소비 빙하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통업체 매출은 전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만 성장했다. 온라인을 제외한 백화점(-2.8%), 대형마트(-6.1%) 등 오프라인 업체는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전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면세점의 관광객 수가 줄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면세점 이용객은 전월 대비 17.7%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이 새로운 기조가 된 만큼 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불황이라고 무작정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4차 산업 등 미래 경쟁력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경기전망지수(Business Survey Index)
경기동향에 대한 기업의 판단·예측·계획·추이를 관찰하기 위한 지표로, 다른 경제지표와 달리 기업의 주관적·심리적 요소를 파악한다.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